정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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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웃자고 올리는 글입니다. ^^
킷의 침묵
킷은 팔렸습니다.
아아 사두었던 나의 킷은 팔렸습니다.
푸른 윈도우에 새창 띄운 중고장터 게시글에 달린 짧은 댓글을 따라서 차마 택배로 갔습니다.
굳어버린 퍼티처럼 굳고 빛나던 제작 의지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카드값 상환 독촉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오픈박스의 추억은 나의 제작 의지를 게으름으로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요사스런 판매자의 리뷰에 귀먹고 꽃다운 킷의 박스아트에 눈멀었습니다.
사재기도 사람의 일이라 사 둘때에 미리 되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재고 처분은 뜻밖의 일이 되고
움츠러든 가슴은 무통장 입금 알림 문자에 터집니다.
그러나 사재기가 쓸데없는 되팔기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쌓아온 프라탑을 무너뜨리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6개월 카드 할부의 힘을 옮겨서 새 쇼핑몰의 장바구니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사재기할 때에 되팔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되팔 때에 웃돈주고 다시 사올 것을 믿습니다.
아아 킷은 팔렸지마는 나는 킷을 팔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분수를 못이기는 일괄의 외침은 킷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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