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모델 비화 9부,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아이디어 F-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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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9 16:23:29, 읽음: 1968
노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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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정밀에서 일하던 중 쇼킹했던 일화가 있었는데
아이디어 1/48 F-16 (타미야 카피판)에 관한 에피소드 입니다.
유년의 기억
5살 이전의 기억은 몇몇 장면 이외에 거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집안 형님들한테 들은 말에 따르면 제가 3살 때 종이 접기로 몇 가지 모형을 만들어서 형들 나눠 주었답니다. (형님들마다 같은 이야기를 하시니 사실이었겠죠.)
5~6살 무렵 아버지는 집에서 가내공업으로 목제 자동차(트럭) 모형을 만들고 계셨고
특이하게도 피아노를 만들어서 판매하셨는데 제품명이 '스마일 피아노' 였습니다.
검정색 케이스에 노란색 스마일 그림이 있는 스티커가 붙은 미니 피아노. (1971년 경)
목재로 만들고 칠한 케이스에 건반은 아크릴을 수작업으로 재단해서 만든 것 같고 
내부에는 진짜 피아노선을 넣어서 건반을 치면 실제 피아노 소리가 났습니다.
대충 이렇게 생겼었는데 이것보다는 좀 더 단순했습니다.

어느날 아버지 따라서 백화점 완구코너(고급스럽고 컸습니다)에 들렀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명동 신세계 백화점 아니었을까 추정합니다.)
자동차 장난감도 있었고 그 중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어느 기관단총 이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M3 그리스건 "Grease Gun" 아니었을까 추정됩니다.
독일군 MP-40 이었을리는 없으니까요.)

탄창은 투명했고 금색 모형 총알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6살 어린아이가 모형 총을 처음 보고는
'저 장난감은 진짜같다. 진짜같은 총알이 들어있다' 고 감탄했는데
그게 진짜같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여튼 레이저 광선을 발산하며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는데 사주지는 않으셨습니다. 
1972년 경 7살 무렵에는 과거 비행장이었던 여의도 5.16 광장에 데려가셔서
비행기들을 또 뚫어져라 관찰했는데 B-29 바퀴는 제 키만 했고
폭탄 창 내부를 유심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어제도 올렸던 1974년의 여의도 5.16 광장 사진
이 사진의 비행기들 배치가 기억과 맞는 것 같습니다.
B-29 바로 옆에 F-86, Mig-15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B-29는 지금은 사천 항공우주박물관에 있습니다.
1995년 여의도에서 KAI (당시 삼성항공)으로 이전하면서 도로를 통과할 수가 없어서
날개 부분을 절단해서 옮겼다고 하는데 정말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여의도 광장에 전시된 B-29 덕에 아이디어가 이 킷을 많이 팔았었죠.
70년대 초 합동은 전차, 제일은 보병, 아이디어는 비행기를 위주로 카피판을 만들었고
아카데미는 60년대 타미야와 매우 닮은 길을 걸었습니다.
아카데미 초기 제품들은 타미야처럼 대부분 캐릭터류, 놀이완구 같은 상품이었죠.
아톰보트, 킹모그라스탱크 같은 고무동력, 태엽동력, 모터구동 제품이 주류였습니다.
전시 기종 중 F-86, Mig-15가 기억납니다
캐노피에는 관통되지 않은 총탄 자국이 있어서 캐노피 두께를 유심히 살펴 보았습니다.
이 기체들 중 일부는 10여년 전 전남 무안의 어느 폐교를 이용해서 만든 전시관에서 본 것 같습니다.
지금은 밀리터리테마파크 (구 호담항공우주전시관)로 업그레이드 되었군요.
기념품 판매점에서 제 형은 100원짜리 아카데미 1/72 F-5A 푸리덤 화이터(확인중),
저는 60원짜리 아이디어 1/72 P-40 비호를 사주셨는데 박스 그림도 대략 기억납니다.
이것이 인생 첫 프라모델 이었습니다.
나중에 아카데미 1/72 F-5A는 2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는 설명서 입니다. 만들어보신 분들 있으실 겁니다.
어제 이 킷의 출시년도를 아시는 분들 도움을 구한다고 올렸었죠.

1976년 국민학교 4학년짜리 소년은 당시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5층이었던가)
프라모델 매장을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형들 따라다니다가 들렀습니다.
그곳에는 타미야 제품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고 신세계 그 자체였죠.
별 두개 로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1/12 F-1 머신 키트들이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죠.
가진돈 다 털어서 가장 저렴한 1/100 보잉 버틀 헬리콥터를 구입하였습니다.
열어보고는 바로 중앙과학 제품이 이것의 카피판 이라는 것을 알았고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무한한 동경심이 발동 했습니다.
'세상에 캐노피가 이렇게 투명하다니..' 당연한거 아니냐고요?
그 당시 국산 프라모델 캐노피는 반투명이었습니다. ㅜㅜ
이때는 중앙과학 욕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앙과학 카피판.  조립설명서는 성의 있게 원본을 재편집해서 만들었습니다.
타미야 오리지널. 아직까지 소장 중인 박스와 조립설명서.
1977년으로 기억합니다. 타미야 킷이 76년이니 카피판은 77년 맞을 겁니다.
아이디어 에서 1/48 F-16이 나왔는데 소년잡지의 광고를 보고 흥분했습니다.

'아이디어 F-16은 특수공법으로 금형을 제작하여
외국제품과 비교 시 품질면에서 뒤지지 않으며...'

중앙과학 카피판 때문에 국격을 잃고 자존심 상해서 주눅이 들어있던 차에
이 광고를 믿은 소년은 국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이디어 만세 !' 를 외쳤습니다.
그러다가 코스모스백화점 프라모델 매장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는데
역시 돈이 부족한 소년은 타미야 1/48 F-16으로 타협 했습니다 .
아이디어 제품하고 그림은 비슷한데 박스는 더 작아서
이것이 원본이라고 생각은 못한 채 열어보았죠.
역시 아직까지 소장 중인 타미야 박스와 조립설명서.  오래전에 절판.
그 다음 소년은 분노가 먼저 치밀어 올랐습니다. 이럴 수가...
소년이 알던 세계는 또 한번 무너졌습니다. 어른들의 거짓 상술에...
'아이디어 F-16이 카피 였어...그런 품질로
세계적 품질이라고 광고에서 사기를 치다니...'
'아니 타미야는 캐노피가 이렇게 투명한 데다 갈색도 들어 있잖아 !'
어린 소년의 눈에 타미야 제품은 인간이 아닌 신들의 작품으로 보였고
그렇게 애국소년은 졸지에 친일소년 쪽으로 한걸음 더 클릭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솔직하게 광고를 했었다면 웃어 넘길 일을 거짓말을 하여 분노를 일으키고
'애국소년'의 자존감을 잃게 만들다니 ^^
'아이디어 1/48 F-16은 타미야 제품을 특수공법으로 카피해 보았지만
역시 품질면에서 많이 떨어지네요. 대신 저렴하잖아요. ㅎㅎㅎ'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 사건의 충격이 잊혀져갈 무렵
이성정밀에 오신 협력업체 사장님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죠.
"문사장이 아이디어 F-16 금형 만들고 군대 갔었지~" '쿠쿵! 충격~!'
'아! 그 사람이 지금 우리 사장님이란 말인가... ㅠㅠ '
'아이디어가 나쁜거지 문사장님 탓은 아니야' 라며 또다시 잊기로 했습니다.
'아이디어 사장님이 밀어줘서 이성정밀 공장을 차릴 수 있었다'는 말에
다 잊기로 했습니다. ^^
어린이 마음에 상처를 주면 이렇게 원한을 사게 됩니다. 정직해집시다.^^
이런 기억들이 마음속에 오기를 불러일으켜서 지금의 제가 있기에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인생에 자극제 역할을 한 것이라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1977년 카피판 F-16에 실망하고 분노했던 소년은 치열한 삶을 살았고
14년 후 1991년 취미가에 기고한 M3A1을 제작하면서 타미야를 극복했고
다시 2년 뒤 1993년 타미야를 넘어서는 프라모델 개발자로 성장했습니다.

아이디어의 과대광고에 분노했었는데 그 아이디어의 유산이 이성정밀이고
그곳에서 제가 프라모델 개발을 하게 되다니 세상일은 정말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못이룬 부분은 제 의지를 100% 반영한 프라모델 개발, 출시입니다.
언젠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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