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크릴 도료는 물성이 회사마다, 그리고 색깔마다 다르고 그와 호환되는 시너를 고르거나 에어브러시를 청소, 관리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원활하게 사용하게 될 때까지 많은 시행 착오가 필요하고 실망을 불러일으키는 일도 많습니다. 도료와 시너를 손에 잡히는 대로 사용하면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국내외 글들을 보더라도 많은 서로 다른 의견들이 난무하고, 여전히 초보인 저의 경우에도 명확한 규칙이 뭔지 알 수 없어 힘든 상황이 많았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크릴 도료의 장점으로는 바인더가 래커나 에나멜에 비해 독성이 적고 안전하며, 그래서 앞으로는 아크릴 도료가 모형 제작의 용도로 점점 더 많이 사용되어 갈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또 계속해서 도료의 성분이 발전해서 예전에 비해 사용하기도 편리해 지고 있습니다.
아크릴 도료와 시너에 대해
아크릴 도료의 사용이 이렇게 까다로운 이유는 아크릴 도료라고 통칭되는 도료의 성분이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크릴 도료는 수용성 아크릴 수지(water-based acrylic resin/polymer)라는 것을 사용하는 모든 도료를 칭합니다. 즉, "아크릴"이라는 표현은 색소가 아니라 그 바인더가 수용성이란 뜻으로, 아크릴 도료는 다 물로 희석이 가능합니다. 또, 아크릴 도료는 건조가 완료된 후에는 다시 물이나 다른 용매에 잘 녹지 않는 강한 성질을 보이기 때문에 모형 제작시 아크릴 도료로 밑채색 후 에나멜이나 유화 물감 등으로 워싱등을 하기가 편리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시너의 문제를 생각해 봅니다. 시너는 에어브러시를 사용할 때 분사성, 기질 표면과의 점착성, 도포 후 휘발/건조성 등의 성질을 보다 높이기 위해 사용되지만 시너는 각 도료의 바인더가 어떤 성분인가에 따라 호환성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어떤 문헌에 따르면 '아크릴릭 도료는 수용성과 용매(solvent) 베이스의 두 종류가 있다'고 하는 곳도 있는데, 다만 여기서 '용매란 도대체 어떤 용매를 뜻하는지?(알콜, 톨루엔 등등)' 그리고 '용매 베이스라면 물에는 안 녹는다는 말인지?' 등 여전히 혼란스러운 문제가 많고, 도료 회사들도 자신의 도료의 성분은 자신의 노하우라서 그런지 잘 밝히지 않으며, 또한 별도의 공지 없이 성분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도 이 문제, 즉 특정 시너와 특정 도료간의 호환성 문제는 자주 불거지는 문제이고, 아크릴 도료를 사용하다가 문제를 겪어 본 사람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되어, 필요 이상으로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렇게 얻은 편견을 한두 가지 가지고 있었고요. 그래서 이 글은, 제가 사용하는 방법과 재료의 범위 안에서 조금 더 새로운 실험을 해 봄으로써 편견도 바로잡고 그 결과도 공유해 보려는 의도입니다. 아래의 실험들을 통해 저는 새로운 사실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조금 더 아크릴 도료 사용에 신뢰감이나 자신감이 높아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글을 쓰면서 새롭게 생긴 의문도 있어서 실험의 종류도 계속 늘어났습니다.
실험 방법
실험에서는 도료로 타미야 1종(XF-24), 바예호 모델에어 3종(71.097, 062, 085 - 이하 MA), 바예호 모델컬러 1종(70.861, 이하 MC), 바예호 메탈컬러 1종(77.723), Mr. Hobby Acrysion 1종(N-7), mig 2종(047, 198) 등 총 9종이 사용되었습니다. 시너로는 타미야 X-20A, Mr.Hobby Acrysion Solvent, 가이아노츠 T-02h, 바예호 에어브러시 시너(71.261) 등 4종이 사용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실험 방향은 타미야와 바예호 두가지 대표적 브랜드의 교차 호환성을 위주로 하였습니다. 두가지 회사의 제품은 가장 많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서로 호환이 되는지 여부가 자주 언급되기 때문입니다. "불가능"의 기준은 일반적으로 "떡진다"고 표현되는 경우입니다. 먼저 시너와 도료를 젓개로 저어보고,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상황이면 붓으로 저어 보았습니다. 그렇게 해 보면 "불가"의 경우는 붓에 끈적한 도료 뭉치가 달라붙고, 이 뭉치는 물에 넣었을때 용해가 안 되어서 래커 시너로 씻어야만 청소됩니다.
실험 1
우선 전반적으로 다섯가지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1-a 바예호 모델에어 71.097 + 타미야 시너 (O)
1-b 타미야 xf-24 + 바예호 시너 (O)
1-c 바예호 모델컬러 + 바예호 시너 (X)
1-d 바예호 모델에어 71.097 + Mr.Hobby 시너 (??)
1-e Mr. Hobby Acrysion N-7 + 바예호 시너 (O)
눈에 띄는 결과는 1-c, 바예호 MC가 바예호 시너에 녹는지 여부였습니다. 모델컬러의 경우 지금껏 제가 어떤 시너로도 녹일 수 없어 물로 적셔 붓질에만 사용해 왔습니다. 위의 실험 1-c를 보시면, 어느정도 용해가 가능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시면 녹지 않고 뭉친 알갱이들이 여전히 존재해서 에어브러시에 넣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 "불가"로 분류했습니다.
참고로, 흰뚜껑 바예호 모델 컬러(70계)는 시너로 용해가 가능하다고 해도 에어브러시로 분사해서는 안됩니다. 바예호의 공식 안내에 따르면 어떤 색깔은 중금속 "캐드뮴"을 포함하고 있고 이 성분의 공기중 비산은 안전 기준상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1-a는 바예호 모델에어와 타미야 시너의 실험입니다. 침전 분리가 일어난 모습이 보이지만 침전분리는 대부분의 도료에서 생기는 현상이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조금 더 주의해서 실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험 2입니다.)
1-d는 제가 처음 써보는 Mr.Hobby Acrysion Solvent입니다. 이 용매는 다른 시너들과 굉장히 달랐습니다. 약간 끈끈한 점성도 가지고 있고 투명도도 낮았습니다. 바예호 모델에어와는 잘 섞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점성이 있어서는 에어브러시에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실험 2
다음으로, 타미야 시너를 여러 다양한 도료에 적용시켜 본 결과입니다.
2-a Mig 047 + 타미야 시너 (O)
2-b 바예호 MA 71.062 + 타미야 시너 (X)
2-c 바예호 MA 71.085 + 타미야 시너 (O)
2-a는 타미야 시너가 미그 도료와도 호환됨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2-b의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바예호 71.062는 메탈 색 aluminum입니다. 메탈 색상은 물성이 조금 다를 것 같아 실험을 한 것인데, 예상과 달리 "불가능"으로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바예호 색상 71.085(Ferrari Red)를 한 번 더 실험했고, 이 결과는 다시 "가능"으로 도출되었습니다. 즉, 이 실험의 결론은 바예호 MA의 경우 일반 색은 괜찮지만 메탈 색은 타미야 시너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험 3
앞의 실험이 그러면 미그 도료 메탈 색과도 일치하는 결과일까를 판단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3-a Mig 198(gold) + 타미야 시너 (O)
3-b Mig 198(gold) + 가이아노츠 시너 (O)
이 실험에서는 앞의 바예호 MA와 달리 미그의 메탈색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보여줍니다. 미그 도료가 여러가지로 좋네요. 구하기가 좀 더 편해지면 좋겠습니다.
실험 4
미그 메탈 색은 괜찮고 바예호 메탈색은 안될까? 그래서 이 실험은 좀 더 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4-a 바예호 MA 71.062 + 가이아노츠 시너 (X)
4-b 바예호 MA 71.062 + 바예호 시너 (O)
보시듯, 바예호 MA 메탈 계열은 가이아노츠 시너와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지금껏 저는 가이아노츠 시너와 바예호 MA는 완전히 호환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것이 분명히 오류란 것을 새로 알게 해 준 결과입니다.
단, 이 결과는 제 경험과는 조금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제가 메탈 컬러를 에어브러시에 쓰는 경우는 제트기 엔진을 스프레이 할 때인데, 바예호 메탈 컬러(32mL 병에 든 신형 77계열 포함)도 곧잘 가이아노츠 시너와 섞어가며 에어브러시로 사용해 왔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 점은 아직도 조금 의아합니다.
실험 5
그래서 바예호 메탈 컬러 계열(77계)에 대한 실험도 해 보았습니다. 이는 32mL 병에 들어있는 바예호의 새로운 라인업입니다.
5-a 바예호 77.723 + 타미야 시너 (O)
5-b 바예호 77.723 + 가이아노츠 시너 (O)
모두 문제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젓지 않아도 저절로 활발하게 잘 섞일 정도라 놀라울 정도입니다. 바예호 기존 71계 모델에어의 메탈 컬러가 가진 문제점을 개선해 새로운 77계열 메탈이 나온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실험 6
마지막으로, Mr. Hobby Acrysion을 여러가지 시너에 테스트한 결과입니다. 이 실험은 제가 이제껏 Acrysion에 대해 좋지 않은 경험들이 있었고, 최근 가이아노츠 시너에 Acrysion이 잘 녹음을 발견하였기 때문에 다시 제 편견을 실험한 것입니다.
5-a Acrysion N-7 + 타미야 시너 (O)
5-b Acrysion N-7 + 바예호 시너 (O)
보시겠지만, Acrysion도 세가지 시너인 타미야, 바예호, 가이아노츠 시너와 사용함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전체 결론
이제 결론을 내 보겠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경우는 바예호 MC(70계 흰 뚜껑) 전체와 바예호 MA(71계 검은 뚜껑) 중 메탈색의 경우였습니다. 그 외, 일반 색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특히 미그 도료와 바예호 시너는 두루 문제가 없는 우수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모든 도료의 색, 모든 시너의 경우를 다 실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 카날 시너는 가격이 싼 편인데 제가 옛날에 써 본 기억으로는 Acrysion과도 문제가 있었다고 기억이 됩니다.
제가 세운 한 줄 결론도 이와 같습니다. 시너는 타미야 혹은 가이아노츠 대용량과 같이 단가가 싼 것을 쓰고, 메탈 색은 바예호 77계를 쓰겠다는 것이 되겠네요.
참고로, 붓이나 에어브러시가 "떡이 되는" 현상이 있다면, 즉시 래커 시너로 어내셔야 합니다. 래커 시너는 모든 것을 잘 녹입니다. 실제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크릴 컬러를 래커 시너와 함께 사용하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다.
이상입니다.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안전하고 성질이 좋은 수용성 도료가 개발되고 널리 사용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