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개인전 관람 후기.
게시판 > 모형계 소식
2016-12-12 12:51:56, 읽음: 3504
김양수
 ❤️ 좋아요 0 
가 -
가 +

저는 어린 시절 장난감으로써 모형을 접했고, 학창시절에는 취미라기보다 어린 시절 유희의 연장으로 모형을 만들다가 대학 졸업 이후 모형전문지 ‘취미가’를 통해 진지한 취미로서의 모형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대영 마스터는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에 ‘모형 만들기 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와도 같은 의미였습니다.

이대영 개인전은 ‘내 취미의 궁극점’을 실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만사를 제져두고 꼭 봐야할 행사였습니다. 취미가와 MMZ 공간에서 사진으로만 접하던 마스터의 작품을 직접 감상하고 보니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 속담의 참뜻이 저절로 느껴지던 경험이었습니다.

밀리터리 모형취미의 궁극점이라고 할 수 있는 디오라마는 무엇일까요? 저는 디오라마 장르가 무엇인지 낯설어 하는 사람들에게 디오라마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무엇인지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한 답은 ‘밀리터리 디오라마는 모형으로 그려내는 전쟁기록화이다.’ 입니다.

우리가 박물관이나 기념관에 가면 흔히 보게 되는 전쟁기록화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무미건조하게 그린 극사실주의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의 주제가 되는 전투나 인물의 의미를 보는 이로 하여금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무엇인가가 전쟁기록화에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전쟁기록화는 순수 예술과 목적 예술의 경계선에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디오라마는 극사실적 묘사를 특징으로 하고, 어떤 디오라마는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손재주의 한계를 넘어선 테크닉으로 어필합니다. 대작 디오라마는 상상을 뛰어넘는 작업량으로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솔직히 이대영 마스터의 작품들을 묘사, 테크닉, 작업량이라는 측면에서 세계적 대가들과 비교한다면 백중세 혹은 백중열세라는 게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터께서는 세계적 모형 콘테스트에서 그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꾸준히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계십니다. 그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모형으로 그려내는 전쟁기록화’라는 의미라는 관점에서 디오라마를 이해한다면 저는 이대영 마스터의 작품들이야말로 그 의미가 밀리터리 디오라마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교과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마스터께서 세계적 모형 콘테스트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는 이유 또한 사람들이 그의 작품들에서 ‘전쟁기록화의 힘’을 발견한 때문은 아닐까요?

사진으로 작품을 보았을 때는 마스터께서 원색적이고 강렬한 표현을 즐겨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는데 실물을 직접 보니 작품의 전반적인 톤이 밝은 담채화와 같아서 편안한 기분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기념관이나 나치 선전화에서 접하는 장중하고 화려하고 비장하면서도 묵직한 전쟁기록화라기 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밀리터리판을 보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전쟁은 인류의 흑역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 흑역사 속에서 우리는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보석 같은 퍼즐조각들을 종종 발견하곤 합니다. 마스터의 디오라마에서 우리는 그 보석 같은 퍼즐 조각들이 어떻게 빛을 발하는지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 전체에서 조미료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유머와 해학과 위트는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 가득한 전쟁터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마스터께서 마음에 품고 계신 세상과 인간에 대한 낙천적인 믿음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작품 훼손 위험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보호막(?) 없이 작품을 전시해 주신 점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노안이 심해 종종 얼굴을 작품에 들이박는 분위기로 작품을 봐야하는 저로서는 정말 감개무량했습니다. 제 얼굴이 작품의 돌출부에 닿는 끔찍한 참사가 일어날까 봐 관람내내 긴장을 해서 나중에는 땀이 날 지경이었지만 다시없이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마스터의 사전 당부에도 불구하고 관람객 대부분이 가차 없이(?) 사진을 찍고 계신 점은 전시회의 옥의 티라고 할 만 합니다. 그리고 마스터의 작품들이 어떤 의미와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대회에서 수상했는지 관람객 대부분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전시 작품 해설을 함께 볼 수 있었다면 보다 내실 있는 전시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을 시금석 삼아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전문적인 디오라마 전시 행사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마스터의 개인 전시회는 당연히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며, 국내 다른 모델러들의 디오라마 작품도 전시 행사를 통해 직접 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이번 행사를 저에게 선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리며 두서없이 긴 글 이만 줄일까 합니다.

 

 ❤️ 좋아요 0 
같은 그룹의 다른 콘텐츠
글쓴이
날짜
댓글
읽음
에어픽스 1/48 P-40B 또 다른 리뷰
남원석
16.12.17
0
1926
Hyundai i20 WRC Rally Sweden 2016 (1/43)
홍경호
16.12.15
5
2233
1/72 몇가지......
72랜드
16.12.14
1
2123
이대영 전시회 관람후기 2
안치홍
16.12.13
5
3112
이대영 개인전 관람 후기.
김양수
16.12.12
7
3505
이대영 개인전 현재 진행 중입니다.
홈지기
16.12.10
7
3115
이대영 개인전 준비가 끝났습니다.
홈지기
16.12.10
3
2282
아카데미 M60A2 제작 동영상
홈지기
16.12.08
0
2317
당부 말씀 드립니다.
douglas
16.12.06
6
3253
이대영 작품전이 일주일 남았습니다.
홈지기
16.12.03
9
2431
보크스(조형촌) 1/48 팬텀 선주문
박세원
16.11.23
0
2514
1/72 몇 가지~~
72랜드
16.11.21
8
1906
에어픽스 1/48 P-40B
남원석
16.11.19
3
1994
Airfix 1/72 Phantom II FG.1 출시
SPOOKY
16.11.13
3
2263
아기용 책장을 들여 놓았는데 호강은 디오라마가 합니다
내사랑K201
16.11.08
9
2859
이런 낭패가...
hasel120
16.11.05
14
3617
아카데미 K1A2 작례 사진
짱쫑헹님
16.11.05
4
4310
아카데미 K1A2
박종훈
16.11.04
5
3833
모델러즈프라방] 2016년 11월6일요일 오후 2시부터 벼룩시장이 열립니다.
김진우
16.11.03
1
1289
타미야 설명서
hushfield
16.10.30
6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