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MZ 분들이라면 아마 지면을 통해 소개된 '김세랑의 역사 인물기행'과 '비천'이라는 기사를 통해 제가 우리나라 전통 역사 인물들을 피겨로 만드는 작업을 오랫동안 지속했다는 것을 잘 아실겁니다.
10여년간 지속된 이런 활동으로 수십점의 인형을 만들었었는데, 그중에서도 조선시대 장수의 모습은 제겐 하나의 화두와도 같았습니다.
우리나라 사극에 등장하는 모습들은 퓨전이란 애매한 말로 포장해 하나같이 고증을 무시하고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참고하기 어렵고, 가장 가까운 과거 왕조이면서도 막상 입체로 만들려고 하면 그 원형을 알아 볼 수 있는 자료들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해서 저는 본의아니게 아마추어 역사학자가 되어 전국의 박물관들을 돌아보고 유물과 논문들을 공부해야 했고, 그중에서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그 관심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었죠.
이미 이순신 장군을 모티브로 인형을 만들었지만, 만들고 나면 부족한 부분이 보이거나 새로 등장한 역사고증 자료를 접하며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며 만들기를 수차례... 이제 또 한번의 조선시대 장수의 인형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동안 천편일률적으로 묘사된 이순신 장군이 아닌, 그동안의 공부를 바탕으로 가급적 당시 고증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제 방식으로 재해석된 이순신 장군을 만들고 싶습니다.
조선후기에 사용된 두석린 갑옷(불멸의 이순신에 나오는)이 아닌,
풍전등화같은 조국과 민족앞에 그저 늙고 쇠약한 충직한 군인이었던 한 사내,
온몸에 고질병들을 달고 살아서 출정할때도 구역질과 어지럼증, 두통에 부축을 받아 출정했던 이순신.
그러면서도 막상 전투가 시작되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도깨비처럼 눈을 번뜩이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왜군을 향해 "고얀놈들!"을 외쳤던 꼬장꼬장한 장수.
이 괴팍하고 신경질적이며 깡마르고 병약했던 이순신,
그런 이순신을 만들겁니다.

이순신 장군님이 구군복 복장에 착용할 전립을 만들었습니다.
고증에 맞춰 수술 양쪽에는 매미장식을 만들어 달았고 정면에는 원수 계급을 고려해서 옥장식을 넣어주었습니다.
옥장식에는 고위무관이므로 호표(호랑이와 표범)문양을 새겨주었습니다.
참고로 문관은 쌍학을, 대군이나 종친은 기린같은 상서로운 동물을, 국왕은 용봉문을 상징으로 사용합니다.

요즘 사극에 등장하는 전립은 부드러운 융단같은 소재로 만들어져서 등장하지만, 원래 전립은 돼지털을 압착해서 만듭니다.
표면이 매우 거칠지요. 모자 꼭대기에는 관자와 대형 수술, 공작과 꿩깃 장식이 나중에 추가될 예정입니다.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완성작이 될 예정인 작품으로 만들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고 기술적인 난이도도 높아서 앞으로 갈길이 구만리 같습니다만 열심히 만들어 보겠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