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여성의 모델러 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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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3 15:19:58, 읽음: 36696
황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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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창현입니다.

제작년에 저희 외할머니께서 소천하셨습니다.

정많고 고우셨던 할머니께서는 돌아가시기 몇년 전 부터 치매를 앓으시고 그로 인해 고생을 하시다 하늘나라로 가셨지요.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서도 적잖은 마음 고생을 하시며 시간을 보내시다 어느 때인지 외할머니께서 앓으셨던 치매에 대해서 본인께서도 문득 많은 생각이 드셨나 봅니다.

 

그래서 어느날 어머니께서 저에게 치매 예방을 좀 해야겠다고 말씀 하셨고, 이에 당연히 저는 적극 협조(?) 하겠다고 찬성하였습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어머니께서 갑자기 저에게 '너 어렸을 때 프라모델인가 뭔가 모형조립 많이 하지 않았었냐'며 물으신 후, 그런걸 집중해서 만들면 치매 예방에 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엄청난(!) 선언을 하셨고, 이에 저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돕겠다고 나섰죠.

 

저는 중고등학교 때 프라모델을 사랑하여 학생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모형제작에 열정을 불태 웠었고, 고등학교 때는 당시 학교에 프라모델을 하는 동아리가 없어서 친구들을 선동(?) 하여 모형제작반을 만들어 볼 정도로 열심히 모형제작에 열을 올렸지만, 20대가 되어서 이런 저런 일에 치여서 한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어느정도 먹고 살만 해 질 즈음, 다시금 모형을 해보고자 장비와 키트만 잔뜩 사놓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태 였습니다.

 

어머니가 프라모델을 해보겠다는 말씀을 하시자 마자 저는 당장 어머니가 쉽게 하실 수 있을 만한 1/72 프롭기와 모형 제작도구들을 어머니께 부랴부랴 준비하여 드렸고,

집안의 안주인이자 실세이신 어머니가 무언가 취미생활을 하신다고 하니 무려 식탁(!)에서 모형제작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이 밥 먹는 곳이라도 아무도 제지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모형제작이 처음이신 어머니를 가르쳐 드리기 위해,

처음에는 제가 하루에 몇시간씩 옆에 딱 붙어서 니퍼질 하나, 본드질 하나, 붓질 하나까지도 일일히 알려 드려가며 방법을 일러 드렸습니다.

어린 친구들도 처음 시작 할때는 프라모델이라는 방대하다면 방대한 작업 앞에서 주눅들기 마련이기에, 처음부터 완벽히 이해 하시리란건 아예 포기하고(ㅎㅎ) 아예 '모형은 제가 말과 명령으로 만드는 것이고 어머니는 그저 제 지시대로 모형을 만드는 기계(?)다' 라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꼼꼼히 일러 드렸더니, 처음에는 많이 헤메시는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집중하시면서 곧잘 해내시는 것을 보며 '아 이거 뭔가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종석 도색]

 

[심야의 캐노피 마스킹]

 

 

사실 처음에는 몇일 시도하시다 흥미를 잃고 그만 두실지도 모른다 생각 했었는데 생각보다 모형제작을 너무 재미 있어 하셧고, 함께 드라마를 보는 것 외에 처음으로 어머니와 무언가의 취미를 함께 한다는 것이 저에게도 생각보다 꽤 즐거웠던 지라 저도 시간이 나는대로 함께 교육 아닌 교육(?)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에어브러싱을 하는 단게까지 오게 되고,

 

[일가의 최고권력자만이 시전할 수 있다는 식탁에서 부스없이 에어브러싱 하기]

 

 

 

 드디어 약 2주간의 시간이 흘러 마무리 하는 단계에 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먹선 작업 중]

 

 

 

그리하여 드디어 어머니께서 제작하신 첫 완성품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TAMIYA 1/72 P-51D]

 이 첫 완성품은 비록 제가 도료 조색 비율부터 니퍼질 하나하나 까지 직접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틀렸다 지우고 다시 해라, 자르고 다시 해라 등등 잔소리를 엄청 해가며 겨우 완성 한것 이지만, 저의 어떠한 손길도 닫지 않은 100% 어머니의 손으로 완성한 작품입니다.

 

키트 난이도가 낮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결과물이 예쁘게 잘 나와서 놀랐고, 무엇보다 프라모델에 임하시는 어머니의 자세가 사뭇 진지하셔서 어머니와 앞으로 계속 해보실 것인지를 진지하게 상의 한끝에, 마루 한켠에 어머님이 지속적으로 모형제작을 하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 하였습니다.

 

 

[어머님 전용 모형제작 공간 (마루는 공용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제2 주거공간입니다)]

 

 

이렇게 어머님께서는 2번째, 3번째 키트를 계속 완성해 나가시게 되었고, 그러면서 이제는 저의 별 다른 코칭 없이 막히는 부분의 약간의 코칭만으로 당신 스스로 키트를 완성 하실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게 되셨습니다.

덩달아 저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프라모델 생활을 덕분에 같이 시작 할 수 있었습니다^^

 

[2번째 완성작인 F-4팬텀과 1번째 완성작인 P-51D 무스탕]

 

 

[3번째 완성작인 YAMAHA V-Max]

 

 

이때를 즈음하여 어머니께서는 밀리터리물 보다는 AUTO/BIKE 류의 스케일모델 쪽에 더 흥미를 가지게 되셨고 그 이후로 그쪽으로 전념하시겠다며, 제가 구입해다 드린 해당하는 모형제작 강좌가 실린 도서로 공부도하시며 본격적으로 모형작업을 취미로 삼게 되셨습니다.

 

그러다가 대단한 일이 일어나고 마는데,

 

 어머님 대신 제 계정으로 시험삼아 올려본 쇼케이스에서 BEST에 선정이 되신겁니다!

http://mmzone.co.kr/album/showcase.php?dbname=smz_main&id=33776

 

물론 스케일 모델 쪽이 밀리터리 쪽보다 작품수가 적다보니 그런것 같기도 하지만,

위의 완성품은 어머니께서 처음에 만들어 보시고는 한번 더 시도 해보면 좀 더 완벽하게 만들 수 있겠다고 아쉬워 하셔서 똑같은 키트를 2번 시도하여 제작한 완성품입니다.

그렇다 보니 비록 제 계정에 간단히 올린 것이지만, '아 어머니도 이제 어엿한 한명의 모델러로써 충분하시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장문의 게시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제작사진을 어머니 계정을 만들어서 직접 올리게 도와 드릴 예정입니다^^

인터넷에 글 올리고 하시는것도 어려워 하시지만 이것도 잘 알려드리면 아마 하실수 있지 않으실까 합니다 ㅎㅎ

 

[어머니의 최신작 TAMIYA 1/24 HONDA S600]

 

 

그리고 현재는,

보통 어머니가 만들 키트는 양재동 타미야 본사 매장에 함께 들러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구입하곤 했는데,

그 곳에서 항상 친절하게 상담 해 주시는 덩치좋고 인상좋으신 부장님께서 어머님께 가을에 열리는 TAMIYA 모형 컨테스트 출품을 권유 하셨습니다. 그에 확 동기부여가 되신 어머니께서는 TAMIYA 컨테스트에 출품하기 위해 1/24 라페라리 키트를 구입하셔서 현재 열심히 제작 중이십니다 ㅎㅎ

 

 

여담으로,

제가 제작해서 지난 달 공동구매를 하였던 프라모델 책상 아티스테이션도 사실 제가 쓰려고 만들었다기 보다는 어머니께서 쓰시기 위한 용도로 제작을 시도해서 나온 물건입니다(!!)

사실 대부분 그러하시다 시피 내가 귀찮은 것은 그냥 내가 좀 불편하고 말면 되므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되기 마련인데, 마루의 모형제작용 책상에 모형 도구들이 마구 쌓여가고 하루가 다르게 복잡 해 지자 어머니께서 불편을 살짝 토로 하셨고, 이에 어머니의 모형 코치(?)로써 모형환경을 개선 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고민하다 시작하게 된 작업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렇게 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ㅎㅎ

현재 어머니는 아티스테이션 가장 초기 시제품을 사용하시면서 열심히 모형 제작을 하고 계십니다^^

 

 

삼십대도 중반이 넘어가는 저에게도 어머니와 함께 취미를 공유한다는 경험은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커다란 즐거움 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도 가정을 꾸리고 어머니도 나이가 더 드시면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모형 제작을 하실 수는 없겠지만, 기회가 되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즐겁게 이 즐거운 취미 생활을 누려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다른 많은 회원님들께서도 이 기회에 슬쩍 한번 시도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생각보다 반가워 하시고 기다리고 계실지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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