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한 지도 1년 하고도 2개월이 넘게 지났네요. 몇 달 전부터 아카데미에서 K-9 프라모델을 내놓겠다는 기사를 MMZ에서 보고 MMZ 가입해놓고 잊고 있었는데 모 밀덕님이 발매사실을 알려줘서 두 개를 에나멜 페인트도 껴서 부랴부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프라모델엔 별 관심 없었습니다. 딴 거 하기도 바쁘고 애초에 별 생각도 없고 그래서 관심 밖의 영역이었는데, 병사를 뺀 부사관 생활 4년을 보내면서 좋든 싫든 운용하고 정비해야 했던 놈이 바로 K-9였기 때문에 이번 아카데미의 발매는 저에겐 매우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무튼 하나 뜯어서 조립을 해봤는데 이거 만만치 않았습니다. 프라모델 초짜가 접착제 붙여가며 자주포 한 대 조립하는 데 대략 7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그것도 접착제로 부품을 잘못 붙이거나 한 데가 몇 군데 있어서 - 특히 지지롤러-_- -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군요. 후사경이나 기관총 부분은 어찌나 약한지... 가느다란 부분은 죄다 부러뜨리고 결국 후사경은 어디로 갔는지 둘 다 행방이 묘연하군요. 사흘에 걸쳐 도색까지 끝낸 상황인데 역시 초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덕지덕지 칠해서 가까이서 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네요. 남은 한 박스 더 뜯어서 조립한 다음에 원래 근무하던 부대에 선물이나 해줄까 싶었는데 그 생각은 접어둬야 할 듯-_-. 전체적인 재현도를 보면 매우 훌륭합니다. 설마 구현이 됐겠어 싶던 자잘한 부분들 - 뒷문 해치 고정하는 걸쇠나 통신 케이블이나 기타 등등 자잘한 부분에 대한 재현을 충실하게 해둔 걸 보고 감탄을 좀 했었는데요, 물론 제가 스케일 모델 조립은 처음 해보는 거라 그런 면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보던 원형에 가깝게 묘사된 것은 좋았습니다. 포신 쪽 방수포 얘기들 하시던데 전 그냥 나쁘다고 하긴 그저 그런 편이네요. 몇 군데는 좀 아쉽던게 일단 50구경 기관총이 눈에 띄네요. K-9용 기관총은 K-6인데 사실상 M2랑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만 K-6의 경우 운반손잡이가 총열에 달려있고 걸쇠 방식으로 고정하는 거라 그냥 노리쇠 살짝 당기고 총열 비틀면 총열이 빠집니다. 그런 관계로 운반손잡이를 좀 달아줬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니 거 말통은 뚜껑까지 일일이 접착제로 붙이는 고생을 시켜놓고 기관총은 M2를 붙여놓다니... 그것도 그렇고 포신의 포미 쪽 윗부분 판때기는 도대체 뭣에 쓰던 물건인지 모르겠군요. 그쪽 부분은 합성 재질의 천이었는데 설명서대로 그 판때기 붙여놓으면 포신이 안 올라갑니다. 방향 포경 부분도 제가 쓰던 장비랑은 다르군요. 그냥 핀을 끼우는 방식으로 뚜껑을 열고 닫은 뒤에 고정하는 방식인데... 궤도의 경우도 제가 요령이 없는지 결합하는 방식도 시원찮아서 하나 끼우고 반대편 결합할려고 하면 빠지고 빠지고 빠지고... 성격 버리기 딱 좋은 구조였습니다. 이상 네 가지 부분을 빼면 제가 딱히 뭐라고 할 만한 부분은 없군요. 사실 제 기억력도 까마귀 수준이라 그리 믿을 만한 수준은 아니라서...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으로 훌륭했습니다. 감격할 수준이었다능. 고참한테 갈굼 당하고 맞고 뒤통수 맞고 병사놈들 다치고 궤도 벗겨져서 낑낑대고 포대장 삽질하고 저도 삽질하고 기타 등등... 추억을 되새기게 해준 아카데미에는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