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에이스제 1/72 T-62를 갖다가 북한군 천마호 땅끄를 만들었었는데...마지막에 이 사진을 올렸었지요.

뭐, 이 사진만 보고서도 다음번에 뭐가 튀어나올 지 예상하신 분들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천마호랑 같이 시작해서 조금 늦게 끝난 물건이 이겁니다.

천마호의 후계차량, 폭풍호입니다. 2002년에 처음으로 존재가 확인돼서 우리쪽에서는 M-2002라는 코드네임을 붙였었지요. 한때 북한제 T-90급 전차라는 헛소문이 돈 바로 그놈입니다.

천마호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포탑 전면장갑 형상이 바뀐 것과 로드휠이 한 개 늘어난 것입니다. 전면장갑은 모듈장갑으로 변경된 것으로 추측됩니다...라기보다는, 저런 형상으로 볼 때 거의 확실하지요.

포탑이 전면장갑만 변한 건 아닙니다. 천마호가 T-62의 주조포탑을 그냥 방어력이 향상된 용접포탑으로 바꿔놓은 느낌인 반면, 폭풍호에는 이것 저것 달린 게 많습니다. 당장 포탑 후부에 환경센서로 추정되는 기둥이 있어서 사통장치에 개량이 있었음을 알려줍니다. 거기에다 포탑 위 4개소에 레이저경보장치인 듯한 물체가 달려있습니다.

로드휠의 수가 5개에서 6개로 늘은 것도 큰 식별점 중의 하나입니다. 이건 북한의 T-62 업그레이드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방어력을 계속 늘리면서 중량이 늘어났는데 T-62의 차체가 그걸 소화해내지를 못하니, 궁여지책으로 로드휠의 수를 늘린 겁니다.

로드휠의 수가 늘어나면서 로드휠간 간격은 줄어들고 차체 길이는 길어졌습니다. 처음 폭풍호가 공개됐을 때 영상을 본 사람들 대부분이 포탑이 앞으로 쏠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고, 2010년의 퍼레이드 사진에서도 조종수 해치와 포탑 사이의 간격이 T-62나 천마호와 그리 다르지 않게 보이는 걸로 봐서는 포탑 뒤쪽에서 차체 길이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저렇게 억지로 차체를 잡아늘렸으니...당연히 이런 저런 트러블이 예상됩니다. 일단 T-62에 비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차체 밸런스가 안좋아졌을 게 뻔하지요. 거기에다 로드휠간 간격이 확 줄면서 험지 주파능력이 바닥치기를 했을 게 뻔합니다. 심한 경우, 험지 주행시 로드휠이 서로 충돌할 수도 있습니다.

그 외의 차체의 변경점은 프론트휀더와 우측 공구상자, 전면 증가장갑입니다. 차체 앞부분에 반응장갑틱한 박스가 붙었고, 프론트휀더가 소련식 곡선형이 아닌 각진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좌측 공구상자들은 T-62에서 별로 변한 게 없는 반면에 우측의 보조 연료탱크가 있던 자리는 깔끔하게 박스형으로 교통정리가 됐습니다.
저 부분을 만들면서 삽질을 한 게...처음에 우측 사진만 보고 양쪽 공구상자를 전부 다 날려버렸는데...나중에 좌측 사진을 보니 그 부분은 T-62 그대로인 겁니다. 결국 날려버린 공구상자들을 프라판으로 도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게, 폭풍호의 포탑 전면 모듈장갑은 좌우가 비대칭입니다. 좌측은 주포 바로 옆까지 와서 붙는데, 우측은 오다가 말고 주포와의 사이에 공백이 있습니다. 왜 저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네요. 하여간 이 각도에서 보면 양쪽의 차이가 바로 보입니다.

그리고 천마호와 폭풍호, 모두 후부 고무 흙받이가 대형화 됐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T-62키트 5개 중 3개가 소모됐습니다. 폭풍호의 서스팬션과 로드휠을 위해 한 대가 희생됐지요. 그리고 여기까지 오니...뭔가 또 저지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기왕 한 대 부품용으로 잡은 거, 더 뜯어서 쓰자라고 하고 더 이상한 거 하나를 또 만들었습니다.
.
.
.
.

북한군의 최신전차, M-2010입니다. 설마 이것까지 만들게 될 줄이야...물론 이것도 천마호, 폭풍호와 마찬가지로 자료부족으로 인해 고증은 엉망입니다.

2010년의 노동당 창건 기념 퍼레이드에서 처음 등장해 M-2010이라는 코드네임이 붙었습니다. 아직 북한쪽 명칭은 불명. 일부에서는 M-2002는 천마호 최종형이고, M-2010이 폭풍호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얼핏 보면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전차로 착각할 수도 있는 외관이지만...잘 뜯어보면 T-62의 극한 개조형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원형이 거의 사라질 정도로 뜯어고치기는 했습니다. 이쯤 되면 M-51이나 마가크7을 능가하는 마개조 전차의 탄생입니다.

기존 동구권 전차에 비해 엄청나게 커진 포탑은 주조제 본체에 용접제 버슬이 붙은 하이브리드방식입니다. 이전까지 용접제 포탑을 만들다가 왜 도로 주조제로 돌아갔는지 모르겠네요. T-62에 비해 높이가 1.5배 가까이 높아지고 대형 버슬까지 달려서 포탑의 용적은 서방제 전차에 육박합니다. 일반적으로 포탑이 커진 이유를 추측해보면 1. 방어력 증강 2. 거주성 확대 3. 자동장전장치 탑재 4. 사통장치 개량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일단 1번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2번은 북한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상관 없는 부분이고, 3번은 실물을 까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고, 4번은 외관상 아닌 것 같고...
포탑은 키트 포탑에 프라판으로 높이를 높인 뒤 에폭시퍼티를 발라서 만들었고 버슬은 그냥 프라판으로 만든 상자인데...다 만들고 나서 보니 버슬을 너무 크게 만들었더군요. --;

포탑 위에는 폭풍호와 마찬가지로 환경센서와 레이저경보장치가 달려있습니다. 제가 위에서 사통장치의 추가 개량 가능성이 낮다고 했는데요, 그 이유는 포탑 바깥에 뭔가 추가된 게 없기 때문입니다. 사통장치에 추가 개량이 있었다면 포수용이건 전차장용이건 뭔가 조준장치가 밖으로 나와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추가된 게 전혀 안 보이거든요.
그리고 대공기관총 대신 대공포를 전차 포탑에 얹고다니는 북한군의 공습 콤플렉스는 여기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14.5mm로도 부족해서 아예 포탑에 지대공 미사일을 달고 다닙니다. 그런데...
이 이후에 공개된 M-2010의 개량형은 지대공 미사일의 수가 4발로 늘어났습니다. --; 대공전차냐!

차체는...얼핏 보면 완전히 서방측 3세대전차를 연상시키는 외관입니다. 기본적으로는 폭풍호와 동일한 차체에 좌우 휀더 위를 완전히 교통정리했습니다.
물론 폭풍호에 비해 확 달라진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조종수석의 위치. 폭풍호까지 좌측에 있던 조종수석이 중앙으로 옮겨졌습니다.
포탑은 크기를 늘려서 방어력을 확보한 데 비해 차체는 그게 어려웠는지 정면에 반응장갑을 붙이고, 거기에다가 성형작약탄 대응으로 보이는 철망까지 달아놨습니다. 아, 눈물겨워요.(개량형은 포탑에도 반응장갑이 붙더군요.) 헤드라이트가 양쪽으로 벌어진 것도 M-2010의 특징.
주포 위에 달린 레이저조준기의 형태도 천마호, 폭풍호에 비해 살짝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폭풍호에 비해 달라진 점이 또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아실 수 있으신가요? ^^
폭풍호의 차체가 뒤쪽에서 연장되어 포탑이 앞으로 쏠린 데 비해 M-2010은 포탑이 정위치에 있습니다. 차체가 늘어난 만큼 포탑 위치를 조정해서 밸런스를 맞췄다는 거지요. 폭풍호를 너무 급하게 만드는 바람에 트러블이 속출했고, 자아비판 크리 먹은 기술자 동무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만들었다, 라는 스토리가 아닐지...
그래봤자 저 로드휠 간격은 어쩔 수가 없지만.

폭풍호의 뒤쪽은...사진이 거의 없어서 상당히 썰렁하게 만들었는데...몇 안되는 사진을 봐도 상당히 썰렁하긴 하더군요. 앞쪽에는 휀더 위쪽에 해치류가 있는 게 확인됐는데, 뒤쪽에는 그릴 두 개 빼고는 뭐 달려있는 게 안 보입니다. 엔진데크 위도 더 간략화됐고...
후방 고무 흙받이도 서방식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글에도 썼듯이 마개조 전차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북한제 전차 트리오도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예전에 어디선가 "내가 일본군 무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객관적으로 극복이 불가능한 기술력과 부의 차이를 아이디어로 극복해보려는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북한제 전차들도 딱 거기에 들어맞는 물건 같습니다.(사실 여러 모로 북한은 제국주의 시절의 일본과 닮아있지요.) 이 21세기에 T-62의 개량형에 기갑전력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 초 안습의 상황을 지지리 궁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꼼수를 부려가며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노력하는 공돌이 스피릿이 보인달까...
그런데...만약 저 대형화된 포탑이 주조제가 아니라 용접제였다면 완전히 서방제 3세대 전차처럼 보이지 않았을까요?

요즘은 많이 줄었습니다만, 한때 폭풍호가 T-90급 내지는 T-90 개량형이라는 떡밥이 무지 돈 적이 있었지요. 90년대 말에 김정일이 러시아에 가서 "T-90 좀 주삼."이라고 했다가 뺀찌맞은 적이 있었는데, 그거랑 북한이 신형 전차를 개발중이라는 정보가 섞여서 북한이 T-90급 전차를 자체개발중이라는 떡밥이 탄생했지요. 거기에다 그게 더 진화해서 급기야는 북한의 신형 전차가 러시아도 개발 포기한 T-95급이라는 헛소리가 신문지면에 실리기까지 했었습니다.
폭풍호의 영상이 공개되고, 전문가나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T-90은 고사하고 T-62의 궁여지책 개량형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난 뒤에도 한참동안 북한제 T-90설을 포기 못한 사람들이 꽤 있었지요. 그 사람들은 M-2010이 나타나자 "저게 바로 북한제 T-90!"이라며 기뻐(?)했지만...사진을 들여다본 결과, 저것도 T-62의 개량형일 뿐이라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레바논분쟁과 걸프전에서 M60A1에게도 일방적으로 털린 T-72에조차 한참 못미치는 물건입니다.
주포는 115mm 그대로. 엔진데크에 변화가 없으니 엔진도 그대로일텐데, 중량이 늘고 차체까지 무리하게 잡아늘렸으니 기동력은 다운. 방어력 향상에 목숨을 건 것 같기는 한데, 그것조차도 T-72를 앞뒤로 관통해버린 서방제 전차포에 대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 한마디로 "노력은 칭찬해줄만 한데, 결과물의 성능은 칭찬 못해주겠다."지요. 위에서도 적었듯이 지지리 궁상의 결정체.
어쨌거나, 북한제 오리지널 전차 3종을 만들었고, 아까 오후에 마지막 한대-오리지널 T-62인 천마호 가형의 조립이 끝나서 북한제 전차 4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후딱후딱 칠을 해서 끝내야 할 텐데...
마지막으로, 서페이서 뿌리기 전 사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