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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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장난감'이라는 논란에 대해 나름 생각해본 바를 적어봅니다. 논란을 심화시키자는 의도도 아니고,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글도 아닙니다. 일반적인, 또는 사회적인 통념이 아니라, 장난감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라 매우 공허한 내용일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장난감'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장난감'은 '완구'와 같은 말로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여러가지 물건"이라고 나옵니다.
여기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여러가지 물건"이라는 말에서 "가지고 노는"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놀때 사용하는", 또는 "놀이에 이용하는"이라는 말이 됩니다.
따라서 '딱지치기'라는 놀이에 사용하는 '딱지'가 장난감이고, '팽이치기'에 사용하는 '팽이'가 장난감이고. '소꿉놀이'에 사용하는 '소꿉놀이 세트'가 장난감인 겁니다. 다시 말하면, 어떤 물건이 '장난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물건 그 자체의 모양, 형태, 성격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놀이에 사용한다'는 물건의 용도가 중요한 것이죠.
다음으로 사전적 의미에서 볼 때, "어른들이 가지고 노는 여러가지 물건"은 '장난감'이 아닌 게 되죠. 다시말해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로 볼 때는 틀린 말이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바둑'이라는 놀이에 사용하는 '바둑판'과 '바둑알', '장기'라는 놀이에 사용하는 '장기판'과 '장기알'은 장난감이 아니고, '민화투'('고스톱'은 '놀이'가 아니라 '도박'이라고 하실까봐 일부러 도박적 성격이 약한 '민화투'를 들었습니다)라는 놀이에 사용하는 '화투' 또한 장난감이 아니죠.
하지만 문제는 어른들이 딱지치기를 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민화투를 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어른들이 가지고 놀면 '딱지'도 장난감이 아닌 게 되는거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면 '화투'도 장난감이 되는 건가요?
또한 '딱지'나 '팽이'를 놀이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모양과 빛이 예뻐서 수집품으로, 감상용으로,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장난감이 아닌 게 되는 건가요?
여기서 중요한 건 '상식적으로' 또는 '일반적으로' '주된 목적'이 '놀이에 사용하는 것'인가, 그리고 그 '놀이'가 주로 아이들이 하는 놀이인가, 아니면 어른들이 하는 놀이인가 하는 거죠.
자, 여기서 1차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장난감'이란 무엇인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여러가지 물건'입니다.
그러한 '장난감'들 중에는 조립을 해야만 가지고 놀 수 있는 '조립식 장난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난감'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
'가지고 놀기 위한 물건이 아니거나, 다루기가 어렵거나 고장나기가 쉬워서 아이들은 가지고 놀 수 없는 물건 또는 위험하거나 교육상 좋지 않아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면 안되는 물건'은 '장난감'이 아닌 게 되는 거죠.
그럼 이제 우리들의 영원한 주제인 '프라모델'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죠.
일단 '프라모델'은 'plastic model' 즉 '플라스틱 재질의 모형'이라는 말을 일본 사람들이 '프라모델'이라고 줄여서 만든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용되고 있는 외래어인데, 일단 우리 '프라모델러'들에게는 '만든다' 또는 최소한 '조립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어야 하고, 또한 나무, 금속 등 다른 재질의 모형들도 있기 때문에 '조립식 모형' 또는 줄여서 '조립모형'이라고 말하는 게 좋다고 생각됩니다만, 그냥 편한대로 '프라모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지금처럼 고도로 발달된 '프라모델'이 아닌, 초창기 조잡했던 일본의 '철인 28호'와 같은 '프라모델'은 조립하는 것 자체보다는 쉽고 간단하게 조립해서 '가지고 놀기 위한' 성격이 강한 제품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구입해서 별도의 도구나 연장 없이 심지어 접착제도 없이 짧은 시간에 쉽게 조립해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제품들이었다는 거죠.
즉, 아이들이 '로봇 놀이'를 하기 위한 '로봇'을, '비행기 놀이'(입으로 '우웅~'하는 소리를 내면서 비행기가 나는 것처럼 손에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그런 놀이 말이죠)를 하기 위한 '비행기'를, '전쟁 놀이'를 하기 위한 '총'을 '조립식'으로 제품화해서 판매했던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당시 '프라모델'은 조립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만들어서 그것을 가지고 노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하는 놀이의 수준이 어른들 보다는 아이들에게 적합하다는 점에서 볼 때,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물건'에 해당되고, '장난감'이 맞았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장난감' 중에서도 완성품이 아니라 반드시 조립을 해야만 가지고 놀 수 있는 '프라모델'은 '조립식 장난감'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었을 겁니다.
그럼, 지금 생산되는 '프라모델'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금 생산되고 판매되는 '프라모델'을 그 목적이 '가지고 노는' 데 있느냐, 보다 정확히 말하면 '가지고 노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느냐'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이곳과 같은 '프라모델 동호회'에 주로 올라오는, 조립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섬세하고 약한 부분이 많으며, 설명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바대로 도색을 하고 나면 피막도 약해서 애초부터 조립과정 그 자체가 목적이거나, 멋지게 만든 후에 잘못 건드리면 부서지고 까질까봐 유리상자나 장식장에 넣는다거나 하여 '곱게 모셔두고' 감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절대로 '가지고 놀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고 생산된 제품으로 볼 수 없는, 애초부터 정밀성이나 사실성에 주안점을 두었을 뿐, 실용성이나 내구성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밀리터리 모델과 같은 '프라모델'이 있는데, 이것은 절대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물건'이 아니므로 '장난감'이 아닌 겁니다.
하지만 비비탄을 넣고 발사하기 위한 에어소프트건(완성품 말고 조립식을 말합니다), 무선조종 자동차와 같이 애초부터 '가지고 놀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거나, 조립과정의 즐거움도 주지만, 또한 조립만 하고 감상용, 장식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주된 목적이 '가지고 노는 데 있는' '프라모델'의 경우에는 '장난감'이 맞는 것이죠.
다만 아카데미나 타미야사의 모터라이즈 탱크, 건담류와 같이 같이 비싸고, 조립하기가 어렵고, '가지고 노는 것이 주목적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데 부적합하지 않은 물건'이라면 최소한 '보는 관점에 따라 장난감으로 분류될 수도 있는 물건'인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사용 연령'이나 '대상 연령'이 14세 이상 정도로 정해져 있다면 비록 그것이 법적인 효력이 있는 내용이 아니라 제조사의 권고사항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아이들이 가지고 놀라고 만든 물건'은 아니기 때문에 '장난감'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죠.
한편, 위험하기 때문에 20세 미만은 가지고 놀면 안된다고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놀이에 사용하는 사용하는 모터나 가스 방식의 에어소프트건이라든가, 조작이 어려워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는 쉽게 파손되거나 다른 사람들 다치게 만들 수 있는 RC비행기, 헬기 등의 무선모형들은 '조립식'도 아닌 경우가 많지만 '장난감'은 절대로 아닌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앞으로 우리 프라모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누군가 '그거 장난감이잖느냐' 또는 '아직도 장난감을 만드느냐'라는 식의 말을 들었을 때, '장난감이 맞지'하고 대답하시는 분들은 상관없지만, '장난감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분들이라면,
'장난감'의 사전적 의미를 알려준 뒤, '이건 만드는 게 즐거워서 만드는 것일 뿐이지, 절대로 가지고 놀기 위해서 만드는 물건이 아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물건은 더더욱 아니다. 따라서 이건 장난감은 아니다'라는 논리를 세워 소극적으로 항변해 보는 건 어떨까요?
쓰다보니 정말이지 길고,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읽어주신 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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