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달 모델그래픽스의 권두 특집이 드래곤의 신금형 티이거 초기형 S04호차인데요, 특이하게도 특집기사의 서문을 반다이 직원이자 건프라모델러인 카와구치 카츠미씨가 썼습니다. 캐릭터사업 종사자의 시각으로 본 에이스 탑승차량의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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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이거 S04호차 뿐만 아니라, 빌레르 보카쥬의 티이거212호차, 비트만 최후의 탑승차 티이거007를 만들고 싶은 기분은 틀림없이 누구에게나 있을(또는 있었을)것이고, 전차모형 뿐만 아니라 모형취미 전체적으로 마르세이유의 겔베14, 하르트만의 검은 튤립, 거기에 죠니 라이덴의 진홍색 06R이나 신 마츠나가의 흰색 06R등, 에이스가 탑승한 차량이나 기체라는 것은 한번쯤은 만들어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모형경력을 갖고 있는 경우, 만들고 싶다는 생각 이전에 고증이라고 하는 벽을 만나게 된다.
"언젠가는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초유명차량이니 어설프게 만들 수는 없다는 의식이 앞서서, 좀처럼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자료와 키트, 디테일업파트만 잔뜩 쌓인 채...라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이미 본 키트(드래곤의 티이거 S04)를 손에 넣은 분, 또는 리뷰를 통해 본 키트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극히 미세한 곳까지 파고들어 재현한 이 키트는 티이거I 초기형의 결정판으로서, 또한 비트만 탑승차로서 반드시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머스트아이템의 위치를 차지한 것이 아닐까.
유명한 기록사진을 방불케 하는 박스아트는 단순히 티이거I 초기형 S04호차의 키트가 아닌 '비트만의 티이거 S04 키트'라는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이전에도 비트만의 티이거는 드래곤 화이트박스로 초기형 티이거가 나와있고, 드래곤 화이트박스와 AFV클럽에서 007호차가 나와있다. 이들 선행상품과 비교할 때, 이번의 S04호차에 대해 건프라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키트에는 비트만팀 5명의 승무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캐릭터라이즈가 행해져있는 키트로, 특히 5인의 승무원이 전면에 배치되어 상품 사양의 주종이 바뀌어있는 구도는 종래의 전차모형의 박스아트와는 일선을 긋는 물건일지도 모른다.
캐릭터라이즈라는 말에 위화감을 느끼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유저를 모형 취미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그 역할은 매우 크다. 과거의 사례로 보면 영화 탑건을 보고 F-14 톰캣을 사고, 비록 입상은 못했지만 나카지마 사토루가 운전한 카멜옐로우의 로터스99T를 사버리고, 영원의 제로를 보고 아카기를 사버렸어..., 시부얀해에서 무사시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고 만들고 싶어졌다, 라는 식의 소비 마인드는 대상에의 솔직한 흥미, 관심의 표현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과성의 것으로 지나쳐버릴지 몰라도, 그걸 계기로 모형취미에 눈을 뜨는 사람은 소수일지는 몰라도 반드시 존재한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걸즈 앤 판처'(이하 걸판)나 '칸코레'가 가져온 모형에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고, 함선의 의인화는 어떨지 몰라도 '걸판'에 관해서는 '전차는 사람이 조종하는 물건'이라는, 너무나 당연해서 평소에는 의식조차 하지 않던 일을 새삼스럽게 재인식시켜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티이거의 경우 5명의 전차병의 팀워크에 의해 달리고 싸우는 것으로, 거기에 드라마가 있다면 보는 사람은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물론 그게 반드시 '걸판'일 필요는 없고 영화건 드라마건 만화책이건 게임이건 상관없지만, 돌아가는 타이밍이 딱 걸판이 나오고,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탱크가 나오고, 거기에 영화 퓨리가 나온 건 모형 취미가 예비군에게 전차모형에의 감정이입을 더하는 자극제로서 적게나마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걸판'으로 전차모형을 처음 접하고, 그것이 계기로 모형취미에 빠져들게 된 사람에게 있어 극중에 묘사된 장면이나 에피소드의 원 소재나 유래를 찾아보다가 비트만에 도달하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들도 이 키트를 주목하고 손에 넣었을 지도 모른다.
TV, 영화, 만화, 게임등으로부터 자극을 받아 전차모형을 만들고, 만들면서 "좀 더 알고싶은 욕구"가 생기고, 전쟁사등으로부터 지식, 정보를 얻어 그것들로부터 다시 자극을 받고, 다시 만들고...라는 사이클이 취미가 깊어지는 프로세스에 있어 중요한 마인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걸판'을 계기로 전차모형을 접하고 빠져든 사람에게 있어서 본 키트는 모형취미에 빠져드는 여정에서 등을 힘껏 밀어주는 상품이 되어주지 않을까.
인형의 조형에 있어서는 이런저런 지적도 있는 것 같지만, 티이거I 초기형 키트로서는 높은 평가를 내리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상품이 잘 팔린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베테랑 모델러들이 인정하고 새로 전차모형의 매력를 느끼기 시작한 모델러들이 흥미를 느껴 전차모형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손에 집어들었기 때문에 지금 보이는 이 키트의 평가가 존재하는 것이리라. 이것은 업계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카와구치 카츠미
1961년생.전 스트림베이스, 현재 반다이 하비 사업부 근무. 완구, 모형의 기획이나 프로모션을 담당. 모델러들 사이에는 '카와구치명인'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있는데, 스케일모형계의 사람이기도 하며, 건프라, AFV, 함선 등 쟝르를 불문하고 조예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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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론은 역시나 걸판...

-추가-
카와구치씨가 말한 캐릭터라이즈가 아니더라도, 뭔가 이슈거리가 생기고 작게나마 붐을 조성하는 게 모형시장이 굴러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90년대 초의 1차 걸프전이 제2차 스케일모형 붐을 불러일으킨 것이나, 하야부사가 귀환하고 우주붐이 일면서 하야부사 프라모델이 대박났다는 기사가 경제신문에까지 실리고 모형회사에서 우주 관련 아이템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 것처럼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스케일모형계는 너무 오래동안 노 이슈 상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걸판 같은 경우도 살짝 붐이 일기는 했지만 외국 컨텐츠라는 문제로 일본에 비해 크게 붐이 일지는 못했고, 여러 메이커들이 월드 오브 탱크 아이템을 속속 만들어내는 상황에서도 국내 모형계에 월탱 붐은 거의 없었고...
카와구치씨의 글에도 잠깐 나옵니다만, 무사시 발견 뉴스 덕분에 일본 모형계에서는 살짝 무사시 미니 붐이 일고 있는데요, 반면에 우리나라에 관한 같은 날짜 뉴스-딘 헤스 대령 별세는 모형계에 아무런 영향도 못 미쳤습니다. 저는 혹시나 그 뉴스 이후로 추모나 기념의 의미로 모델러들 사이에 F-51 신념의 조인을 만드는 게 유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거 전혀 없더군요. 우리나라 모델러들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너무 초연한 것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