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20년내에 사라질 취미로서의 모형에 대한 글을 보고 답글을 쓰다 새글을 씁니다. 저는 사실 모형만들기를 거의 하지 못하는 그냥 눈팅 모델팬입니다. 즉 만들진 못해도 모형 자체는 언제나 크게 관심을 가지죠. 저는 대중적인 취미이자 산업으로서의 프라모델 이전에 사물을 축소시킨 모형이라는 것 자체의 매력을 생각하면 그것이 세대와 시대를 거쳐 특별히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깊게 공부하거나 알아본건 아니지만 대충 짐작하기는 모형을 보는 즐거움이란 반대로 자신이 실제보다 커졌다는 무의식적 인식 속에 있지 않나 항상 생각하거든요.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이 많은 경우 축소된 사물인 것도 아동들의 성장하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다고 생각할수 있고, 성인의 경우엔 나의 한계보다 큰 자아를 투영하는게 아닐까 싶은거죠. (Larger than life라는 표현과 일맥상통한..)

(네델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명 미니어쳐 시티 마두로담)
즉 모형에 매력을 느끼는것은 본능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모형을 만들고 완성하는 행위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쉽게 사라지지 않을겁니다. 프라모델이라는 20세기의 산물 한참 이전부터 모형을 만드는 장인들은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아마 3D 프린터로 원하는 형태는 무엇이든 쉽게 뽑아내는 미래에도 유지될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주머니속에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게 된 요즘에도 전문 사진가들은 여전히 있듯이요.
하지만 디카 및 폰카의 폭발적 보급이후 전문사진가들의 비즈니스가 큰 변화를 겪은것 처럼 (아마 많은 분들이 속할) 70, 80년대 20세기 키드들인 우리가 익숙한 프라모델이라는 장르자체는 크게 달라질거란건 예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모형을 만들어내는 과정자체가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빨리 이뤄지는데 익숙한 새로운 세대가 그 매력을 느낄 여유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모형을 원하더라도 길게 수고를 들이지 않고 고가의 완성품을 얼른 손에 넣는게 더 편하고 즐길만한 요소는 게임이나 인터넷등 다른 곳에서 충분히 얻을수 있으니까요. 어쩔수없이 구세대가 되어가는 제 입장에선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수 없는 시대상의 변화죠. 그래서 모형은 앞으로 점점 더 실력있는 상위 소그룹과 쉽고 가볍게 모형을 즐기는 초보로 양극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수의 실력을 가진 '장인'들은 여전히 있을테고, 프라모델 상품들이 설사 점차 줄어든다 해도 자작과 3D 프린팅을 통해 어떻게든 그 수준은 더 올라가며 진화하겠지만 그 수는 많아지긴 어려울겁니다. 타고난 재능도 있어야하고 그 재능도 저변이 넓어야 더 발굴되고 계발되는것이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금형기술 및 설계의 발전으로 인해 초보자들도 좀 더 쉽게 그럴싸한 결과물을 내는 (한마디로 건프라 방식의) 프라모델 제품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은 4D 퍼즐이라는 이름으로 미리 도색된 간단 스냅핏 킷들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물론 아직 조악한 수준이지만, 특히 일본 메이커들이 그 방향으로 선회해서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하면 그 수준이 꽤 올라갈수도 있을겁니다. 고수들은 그 '하향평준화'가 탐탁치 않겠지만 건강한 중간층(?)이 사라져가는 프라모델시장은 어떻게든 그 변화에 맞춰 적응을 모색해야겠죠. 우리 아이들이 우선 4D 퍼즐에라도 재미를 좀 붙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