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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는 국내외 프라모델과 금형업계 역사의 빛과 그림자 였던 '나카마 (보통 나까마로 호칭 - 여기에서는 금형 중개업을 말함)'에 관련된 비화입니다.
평소 정의감이 있으신 분들은 뒷목잡고 쓰러지거나 홧병이 도질 수 있으니 읽는 것을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
다소 비판적인 내용에 심기가 불편하신 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흥망(興亡)은 잘 되어 일어남과 못 되어 없어짐, 즉 번성과 몰락을 의미합니다.
나카마(仲間)는 일본어로 ‘동료, 친구, 같은 편’을 의미하며, 유사한 표현으로는 동지(同志 どうし) 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비즈니스에서 ‘중간상인’을 뜻하며 때로는 '부정적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제 기억에 남은 한국에서의 '나까마'는 대부분 부정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일본어 원래 의미를 보면 나카마(仲間)는 단순한 친구를 넘어 공동의 목표나 활동을 공유하는 동료, 운명 공동체를 뜻합니다.
원피스 루피의 명대사이기도 합니다. "나카마다로 仲間だろ!!! (동료잖아!!!)"

요즘에는 한자를 배우고 쓰지 않기에 젊은 회원님들을 위해 별도 해설을 달았습니다.
우리말은 대부분의 단어가 한자(그것도 대부분 일본이 만든 단어) 기반이기 때문에
한자 없는 한글은 반쪽에 불과하며 한자교육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글만으로는 한자를 대체하지 못합니다.
한국사람끼리도 의사전달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어 뜻 전달이 잘 안되니 그 의미를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14부에서는 70년대말~90년대초까지 타미야와 아카데미의 비화를 소개했습니다.
아카데미 창업자 회장님이 20년 가까이 발굴하고 키워 온 최고 기술자분들이
아카데미의 내분으로 퇴사하여 에이스를 거치면서 어큐릿미니어처 에게 '어벤저' 라는 큰 선물을 남겼고 결국은 타미야의 매우 중요한 금형 파트너들이 되면서
아카데미와 타미야의 약 15년간의 전쟁은 인과응보(因果應報),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결말이 되었습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는 인생의 길흉화복이 예측할 수 없으며, 불행이 곧 복이 되고 복이 곧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고사성어입니다
인과응보(因果應報)는 '원인과 결과가 서로 응답한다'는 뜻으로, 선한 행동에는 선한 결과가, 악한 행동에는 악한 결과가 반드시 돌아온다는 의미입니다.
하세가와도 이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1/48 F-22 금형 등)
80년대 말 ~ 90년대에 한국 모형, 금형계의 지각변동으로 인해 어떤 업체는 저비용에 고품질 금형을 얻어서 횡재를 하기도 했고
또 어떤 업체는 돈은 돈대로 썼는데 쓰레기 금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도박판을 연상케하는 복불복 금형판에서 운좋게 뽑기에 성공한 금형들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소문났었던 대표적인 한국제작 금형으로는 어큐릿미니어처의 1/48 P-51B, TBM-3 어벤저가 있었습니다
이 금형들은 타미야가 한국에서의 금형제작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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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정밀 김ㅇㅇ 사장님께서 저에게 들려주신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당시 아카데미 김순환 사장님께서 찾아오셔서 후회를 하셨다는 일화입니다.
90년대 초 전후로 추정되는데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모종의 사건으로 아카데미 최고 기술자 3명을 동시에 잃게 된 김순환 사장님께서 김ㅇㅇ 사장님을 찾아오셔서 '그때 자네를 붙잡지 못한 것을 후회하네' 라고 탄식하셨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제품 중에는 한국에서 자체 설계(조립설명서의 조립도 그림 포함), 목업(조종사 인형 원형제작 포함), 금형을 모두 제작한 MRC 1/35 UH-1C, OH-58D 가 있었습니다.
개발자인 제가 전부 알바 수준의 보수를 받으며 헌신적으로 일을 했습니다.
지난화에서 소개한 대로 일본의 경우 타미야와 MRC는 매우 껄끄러운 관계였고
하세가와 개발진들은 제가 설계하고 있던 현장에서 UH-1C 조립품과 설계 진행중이던 OH-58D 도면들을 보더니 불편한 기색으로 경계심을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이성정밀과 하세가와 사이가 서서히 멀어지게 된 이유도 이날의 사건이 계기가 되었지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하세가와 개발진들 입장에서는 이성정밀이 단순 하청금형 공장이 아닌,
자신들의 밥그릇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설계와 금형기술을 모두 갖춘 미래의 경쟁업체로 보였을 것입니다.
저는 옆에서 그 느낌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자기들끼리 뭐라고 말하는데 저는 대충 알아들었지만 모른척 했습니다.^^
순수 금형기술자 였던 다나카 사장님의 입장과는 180도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베고 다나카 사장님 입장에서는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저 같은 개발자였으니까요.
91년 제가 제작한 K-1(당시는 88전차로 알려짐)목업을 보시더니 "88전차 아니냐?" 며 상당한 관심을 보이시더군요. 하여튼 저를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
'그때 일본으로 갔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도 조금 들었습니다.
1992년 촬영, 좌측이 제작 중이던 K-1, 우측 3모델이 취미가 기고 작품들
취미가 나올 당시 필름 문제였는지 제판, 인쇄 문제였는지 다크그린 색이 매우 어둡게(거의 검정색으로) 나와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스커드 제작을 마지막으로 이후에는 취미가에 더 이상 기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모브가 유명해진 계기는 이 제품 때문이었는데 후지미(?) 금형 사출물에 온갖 메탈, 에칭 부품 때려 넣은 초호화판 킷이었습니다

1994년 무렵 일본의 모브는 이성정밀에서 금형을 제작했는데 Curtiss P-40N Warhawk 였습니다.


모브(Mauve)는 기체 도면과 함께 오타키 제품(1974년 출시)을 참고용으로 가져왔는데 문제는 이것을 참고하여 신금형 설계를 맡은 분이 '아카데미 출신 역설계 전문'이어서 동체를 제외한 부품들은 오래된 오타키 제품을 그대로 카피하여 베낀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실 이분이 저한테 부품 설계를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었는데 저도 제품 설계 중이었고 '내 일도 아닌데 굳이 도울 필요가 있을까' 하여 하지 않았습니다.
하세가와 때문에 일본업체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고 이성정밀에도 서서히 정이 떨어지던 시기였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약간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그 때 내가 며칠만 부품 설계 도와줬으면 훨씬 더 나은 제품이 되었을텐데' 하고 말이죠.
동체는 오타키 제품과 도면을 참고하여 하세가와 금형 담당 기술자분이 마스터를 만들어서 좋은 품질로 나왔습니다.
1995년 1월 일본 고베의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모브(Mauve)사에 이성정밀은 위로금 50만엔을 전달한 적이 있었습니다.
모브 역시 피해를 입었지만 태국, 한국(IMF) 등 아시아에 연쇄적인 금융 피해를 입힌 고베 대지진과 관련하여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한 영상입니다. 주식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필수 시청 영상입니다.
고베 대지진 관련 영상 (유튜브: 기묘한 밤)
어큐릿 어벤저, MRC OH-58D와 같은 개발자, 금형 제작자들의 개인적인 헌신(급여나 보수와 상관없이)으로 탄생한 행운의 금형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더 큰 우호적인 소문이 전세계 모형업계에 퍼졌고 너도나도 한국 금형공장을 찾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심각한 오해였습니다. 한국에만 오면 무조건 타미야, 하세가와 급의 고품질 금형을 만들 수 있겠다는 오판을 불렀고 여기에 기름을 부은 존재가 사기꾼이나 다름없는 일부 나까마 (금형제작 알선업자)들이었습니다.)
80년대말 외국의 모형업체들은 한국의 금형공장을 찾기 시작했고 이 때 이를 연결해주는 중개업자들이 움직였습니다.
초기에는 업계의 룰에 따라 적정수준의 중개료를 받으며 공정하고 양쪽이 윈윈하는 관계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문제는 이 성과를 제 것처럼 포장하여 온갖 감안이설과 사탕발림으로 외국 모형업체들에 접근해서 이 바닥을 다 차지한 중개업자가 있었습니다. 기존의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분들을 밀어내고 하나씩 다 빼앗아 갔습니다.
그리고는 적정 중개수수료 외에 금형비에서도 최대한 더 떼먹기 위해 금형공장들을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금형비 협상을 하고 다닌거죠.
신규 업체의 경우 일감을 따내기 위해 조금 이익이 남지 않더라도 일감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잘해주다보면 인정받고 좀더 나은 조건으로 일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을 해주었고 그 다음 조금 더 현실적인 견적을 내게 됩니다.
악질 나까마는 이것을 역이용합니다.
다른 공장에 가서 "이것 봐라 저쪽 공장에서 이 금액으로 이 정도 금형이 나왔다. 그러니 당신도 이 금액에 일을 해주시오"
그리고는 이 공장 역시 같은 비용으로 계속 일을 하다 버틸 수가 없으니 올려달라고 요구하게 되고 그러면 또 다른 금형공장 찾아서 같은 방법으로 계속 반복합니다.
나중에는 금형 기술자들 중 레벨이 낮은 사람들도 '무조건 일 받고 보자' 하며 덤벼들었고 그 결과 품질은 개판나고 난리가 났습니다.
금형공장과 나까마 사이에 싸움도 나고 외국 모형업체 입장에서는 기대했던 품질은 나오지 않고 나까마와 트러블이 생깁니다. 그러나 그 시대는 지금과 달라서 외국업체가 직접 한국의 금형공장을 찾을 수도 없었고 찾는다 해도 한국에 와서 금형 공장과 한국말로 협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몇몇 모형업체들은 그렇게 품질저하 문제로 서서히 문닫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나까마 말만 믿고 독립해서 금형공장 차렸다가 일감이 끊기거나 줄어들어 버티지 못하고 공장 정리하는 분들도 제법 많았습니다.
거의 모든 모형업체들의 금형을 한두명의 나까마가 관리했는데 저는 '모형업체 사장들이 바보인가 아니면 담당자가 멍청한건가? 아니면 뇌물먹였나?' 생각했습니다
하여튼 '한국의 악질적인 조선시대 '거간꾼' 전통'에 나카마 라는 좋은 의미의 단어가 나쁜 의미로 굳어지는 일들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졌습니다.
성실함 근성을 뜻하는 좋은 의미의 단어 곤조 (根性, こんじょう, 곤죠) 역시 한국에서는 상당히 나쁜 의미로 쓰이게 되었죠. (예: 기술자 곤조)
중국은 급격한 모형시장 성장으로 경쟁이 살벌할 정도로 치열해졌고 개발자, 금형기술자를 놓고 서로 빼가려는 경쟁이 한국의 사례보다 더 심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본사의 개발자가 사라지고, 거래하던 금형공장에서 그동안 품질좋게 금형을 제작하던 기술자가 소리소문 없이 다른 공장으로 이적하고 급격한 품질저하가 발생하는 그런 경우가 흔합니다.
지금도 어떤 모형업체의 품질이 극과 극을 오간다면 이런 복잡한 이유들이 배경에 있는 것이고 그것은 몰락이 다가왔다는 신호입니다.
캐나다 하비크래프트(Hobby Craft)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아이디어 몰락의 과정을 보면 안타깝고 화도 납니다.
돈 귀한줄 모르고 자란 2세는 대부분 아버지(선대)가 이룬 모든 것을 무너트립니다.
금형비를 빼돌려서 고급차량, 술값으로 쓰는 중개업자도 보았습니다.
90년대 초 중반 하비크래프트의 금형을 아이디어에서 하청관리를 했습니다
이성정밀이 초창기에 아이디어의 도움으로 설립되었기에
아이디어에서 부탁한 일은 금형비 상관없이 최대한 성의껏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 담당자 (창업자의 2세)의 금형비 리베이트 요구의 규모는 점점 커져갔고 안그래도 부족한 하비크래프트의 금형비에서 절반 이상을 떼가는 상황이 오면서 이성정밀도 손을 들었습니다.
1/48 메서슈밋 BF-109G의 경우는 품질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아이디어 포장판으로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좋은 품질로 나온 이유는 당시 하세가와 BF-109 금형 만들었던 분이 시간이 조금 남아서 마스터를 손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때 금형비는 하세가와의 40% 정도였고 품질은 90%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뜻밖의 횡재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제품은 쓰레기였습니다. 같은 하비크래프트 제품인데 품질은 극과 극을 오갔습니다. 어떤 기술자 손에 걸리느냐에 따라서 좌우 되는 것입니다.
어떤 제품은 금형비가 하세가와의 20% 수준이었고 품질도 20% 수준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성정밀이 도저히 금형비가 안맞는다며 거절하여 다른 금형공장에 가서 금형을 만든 제품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성정밀에서 직접 들은 하비크래프트 본사의 소감 한마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보는 것 같다.' 저도 참담했습니다.
중개업체가 금형비를 중간에서 대폭 떼어가는 관행은 도를 넘을 정도로 퍼져나갔고 아이디어가 유독 심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해외 메이커 심지어 타미야도 이 문제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90년대 중반 대성사(한국타미야)에 대한 제 생각은 이랬습니다.
어차피 대성사가 수입해서 판매할 물건이고 타미야와의 신뢰를 더 높이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일텐데 나같으면 술이라도 사면서 더 잘만들어달라고 부탁하겠다. 그런데 거기서 금형비를 빼먹나? 쓰레기 마인드구나...
금형업체에 대한 과도한 리베이트 요구 문제로 금형 품질이 널을 뛰었고 몇몇 유명 모형업체가 그 여파로 손실을 입고 쓰러져갔습니다.
에이스도 하청업체 쥐어짜기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횡포가 가장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90년대 모형, 금형업계에 회자된 유명한 일화를 꼽자면 아이디어 사장님이 너무 많은 돈을 버는 바람에 2세가 술독에 빠져 결국 아이디어가 몰락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하비크래프트를 동반자로 데려갔다. 라는 일화입니다.
아이디어는 그나마 이성정밀 창업에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씨앗은 남겼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내 육체적 자식과 평생의 기술을 발전시키고 후대에 남기는 것 중 진정한 씨앗은 무엇일까요? 각자 역할이 있어서 누군가는 운명을 짊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신규 모형업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실패를 피하는(줄이는) 방법에 대한 사례와 조언' 위주로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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