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밥은 못먹어도 모형은 사는 사람이고, 지금도 천수백개의 사재기 키트들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한달에 최소한 두개 이상 색칠완료 완성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입니다.(최근 나온 타미야 판터나 1/32 모스키토까지 다 제대로 색칠해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놈의 플라모델 만들면서 계속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정말 이 취미는 시대에 뒤떨어진 취미라는 것입니다. 잘게잘게 나누어진 부품들 붙이며 "아휴 이짓 해야 하나"하는 푸념이 절로 나오는데, 최근 나팔수의 T-72B 1990년형이 땡겨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거야 원~~~
보다시피 포탑의 증가장갑에 무수히 나 있는 원형 접합부분(?)의 몰드를 모두 에칭으로 붙이라고 하네요. 그냥 금형에 몰드해 주면 될 것을 포탑에만 무려 93개의 에칭을 붙여야 하고(그것도 에칭이 원형 안에 기분좋게 들어가 주는 것도 아니고 가장자리에 어중간하게 걸치기 때문에 핀셋으로 꽉 눌러주어야 합니다), 다른 부분을 합하면 이런 에칭을 백 수십개를 붙여야 합니다. 뭐 붙이고 또 붙이면 완성이야 되겠습니다만.

이건 키트 설계자들이 정신 나갔다는 생각 밖에는 안듭니다. 물론 메이커 입장에서는 1. 금형몰드보다 에칭이 싸게 먹힌다(누군가 에칭이 더 싸다고 말하더군요). 라든가, 2. 이런 에칭 왕창 넣어주어야 멋있어 보인다. 라든가, 결정적으로 [3. 어차피 사재기만 하고 안만들거 아니냐]. 는 생각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밀리터리 플라모델 애호가들이 점점 줄어드는 판국에 이건 아예 건담이든 다른 장르로 전향하거나 아니면 플라모델계를 떠나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