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창간이 벌써 23년 전이군요. 세월 참...
저는 모형에 대한 대부분의 지식을 취미가한테서 배운 세대입니다. 단순히 모형 조립해서 색칠하는 법만이 아니라 각종 용어, 메이커의 이름과 국적, 특성, 모형계 유명 인사의 이름, 자료 찾는 법에 이르기까지 제 모형 관련 지식의 핵과 맨틀은 취미가 시대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시대가 된 이후에 그 위에 얇은 지각층이 덮였고...
그렇게 취미가로부터 얻은 것들 중에 모형 외적인 면에서 가장 크게 얻은 거라고 생각되는 것 두 개가 있는데...하나는 항상 뭔가를 궁금해하는 상태로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취미가 덕분에 이전까지 모르던 세상을 보게 됐고 그 세상에 엄청난 관심을 갖게 됐는데...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잡지(그나마 초기에는 격월간이었지요.)로는 그 정보에 대한 갈증이 도저히 만족스럽게 채워지지가 않더군요. 일본 잡지를 사도 그림만 볼 뿐 뭔 소린지 읽을 수가 없으니...거기에다 그때는 인터넷 같은 신통한 물건도 없었고, 자료 서적도 취미가보다 나은 게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없었죠.
그 덕분에 시시콜콜한 잡지식조차도 귀중한 정보로 여겨졌고, 보통 사람들이 "그런 거 알아서 뭐하는데?"라는 것들에 대해서도 "언제 쓸 지 모르니 일단 알아둬야지."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런 정보 수집욕구가 지금도 제 인생에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두번째는...중동전쟁에 대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나마 알게 됐다는 점입니다. 취미가 초기에 연재됐던 중동전쟁사는 제가 취미가에서 가장 재미읽게 읽은 코너였습니다.(모형 제작기사보다도 더.) 2차 세계대전 같이 인기 있는(?) 전쟁이야 우리나라에도 21세기 들어서 관련 서적이 우수수 쏟아지고 있지만 중동전쟁에 관해서는 아직도 국내에서 제대로 된 책을 찾아보기가 힘들지요. 그런 상황에서 20여년 전에 읽은 취미가의 중동전쟁사는 저에게 무식을 면하게 해준 고마운 글이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간략화된 글이라고 해도, 첨단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의 대병력이 평화로운 팔레스타인으로 쳐들어가면서 중동전쟁이 시작된 줄 아는 사람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그 정도면 감지덕지지요.
(몇달 전에 대형서점의 인문/역사 코너에서 중동전쟁에 관한 새 책이 나왔다며 으리으리한 추천 문구와 함께 홍보코너를 만들어놓은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중동전쟁 관련 서적이 나온 건가?"라고 집어들고 몇페이지 읽다가...1차 중동전 챕터에서 "미국제 최신무기로 무장한 강력한 이스라엘군"운운하는 걸 보고 바로 덮어버렸습니다.)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중동전쟁사 책이 나와주기를...
그러고 보니, 중동전쟁사의 뒤를 이어 연재됐던 베트남전쟁사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이런 막장 국가가 안 망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라는 게 느껴지더군요. 오히려 남베트남은 그렇게 오래 버틴 게 용하달까...(그게 미국의 위력인가?태어날 때부터 시체였던 나라를 그렇게 오래 버티게 만들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