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내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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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1 12:29:03, 읽음: 804
안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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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내 방의 모습입니다.
새로 사귀기 시작한 여자친구에게 내가 살고 있는 방의 구조와 가구의 배치 등을 알려주기 위해 내 방을 그림으로 그려서 편지에 동봉한 것입니다. 40년 전에 만난 그 여자친구는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도 잠시 만난 집사람입니다. 요즘은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지엄한 가르침을 주셔서 사부님으로 모시고 삽니다만 40년 전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인줄 알았습니다.
당시 우리집은 2층집으로 1층에는 부모님의 방과 누나의 방이 있었고 2층에는 나와 남동생의 방이 있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부모님들은 2층에는 거의 올라오시지 않아서 친구들이 놀러오면 술담배하기에는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본 방을 설명하자면,
방 중앙 천정에는 줄을 잡아당겨서 켜고 끌 수 있는 원형 형광등이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2층 복도와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통하는 문이 있습니다. 그림의 정면에는 2층배란다 즉, 실외로 나가는 문이 있는데 이 문으로 나가면 작은 실외 공간이 있지만 이 집에 살았던 20년 동안 몇번 나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림에서 좌측의 창문은 길 쪽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집이 남향이라 햇빛이 잘 들어왔습니다. 정면 벽면에 걸려있는 달력이 1/2월인 것으로 봐서 여친을 만난지 1달정도밖에 안된 시점으로 강력한 성호르몬의 지배 하에서 제 정신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이 시기는 1년 넘게 다니던 학교를 때려치우고 집안의 핍박과 눈치 속에서 다시 학력고사를 치른 후 다시 대학에 합격을 한 상태라서, 집에는 어느 정도 면을 세워두었고, 별다른 공부를 할 필요도 없었고, 너무 추운 한겨울이라 밖으로 나돌지도 못했고, 미운털이 박혀있어서 용돈도 거의 지급 중단되어서 방구석에서 우표에 침이나 바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같으면 핸드폰으로 여친이랑 하루 종일 전화질이라도 할텐데, 당시에는 집집마다 전화는 큰방에 밖에 없어서 편지로 다음 약속을 잡는 정도였습니다.
여친 만나러 나갈 때는 1-2천원 들고 나갔는데 한번은 돈까스를 사주고 싶어서 4천원을 달라고 엄마를 조르다가 혼난 적이 있었습니다. 1986년 당시 대구에서 양이 많기로 유명했던 심해돈까스 가격이 1400원쯤이었고, 카페 커피가 사오백원쯤했는데 왕복 버스비까지해서 4천원이 필요했습니다. 그 날 나는 여친에게 인생 첫 돈까스를 사준 멋진 남자친구가 되었습니다. 40년을 편지와 함께 이 그림을 간직해 준 여친에게 돈까스를 또 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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