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모형 작업은 게으르기도 하지만 대략 80~90% 정도 작업이 진척되면 갑자기 흥미를 잃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경우도 그랬습니다.
하세가와 1/32 P-40K....나름 한정판이라 간만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도장까지 다 했다가 기대했던 색상이 아니고 데칼은 하세가와 특유의 두껍고도 밑색이 비치는 것이라 칠했던거 다 지우고 어렵사리 별매데칼 구해서 그것에 맞춰서 다시 칠하고 ..... 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이제 웨더링만 하면 되지 했는데....또 시들해진 마음에 그만 방치된 채 4년 가까이 지나버렸습니다.
그러다 일이 터졌습니다.
작업을 간간히 하던 사무실에 천정배선공사를 한다 하더군요. 별 일이야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한 쪽으로 치워만놓고 퇴근했지요. 다음 날 아침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오더니 미안하다고만 하는 낳선 남자의 목소리......급하게 와보니 이렇게 되어있었습니다.

남자는 한 켠에 서서 미안하게 되었다는 말만 하시며 머리만 숙이고 계시는데 정말 멘붕이더군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얼마나 경황이 없었으면 사고친 분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냥 가시라고만 했더군요.....조용하게....ㅠㅠ (하루벌어 사시는 분들에게 무어라 하겠냐만은 지금 와서 아무 지랄 (!)도 않하고 곱게 보내드렸다는 생각에 속에서 천불이 올라옵니다...^^)
아실까 모르겠지만 하세가와 재질이 워낙 두껍고 단단한지라 일부러 부러뜨리기도 어려운 데 어찌 저렇게 부서졌는지.....모형 생활 40여년에 한번도 만들다 버린 경우는 없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어찌 할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널부러진 파편들을 묵묵히 비닐 봉지에 모아 쓰레기통 곁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하루는 사무실 밖에서 하염없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은 비우시면서 그 비닐봉지는 며칠이 지나도 치우지를 않으시더군요. 전 다른 물건이 들었는 줄 알고 다시 열어봤는데 부서진 녀석이 여전히 거기에.......갑지기 미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번 살려보자.
해서 이런 짓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흩어졌던 부분들을 일일히 확인하고 모아서 다시 조립할 수 있는 부분은 해보고 부서진 부분은.......

이렇게 땜방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게 의외로 재미있더군요. 전에는 해본 적이 없던 짓이라 심지어 신선하기까지....^^

대략 내부를 안전하게 만들고 외형을 잡아보니 부서지면서 플라스틱이 휘고 늘어나면서 찢어진 부분이 제법되더군요. 즉 형태가 변형되었다는 뜻......해서 파손 부위에 에폭시 퍼티를 들이 붓고 굳은 뒤 줄로 박박 갈아내서 외형잡고 다시 그 위에 퍼티발라서 이렇게...

다시 열심히 갈고 갈고 갈고 하니까.....여기까지 왔습니다.


양쪽 날개 표면 정리 다시 하고 라인 새로 파고 리벳 찍고...등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이 만큼해보니 살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잘 챙기지 못해 험한 꼴 당한 이번 작품의 경우를 거울삼아 제 때 작업 완료하고 잘 보관하는 일을 꼭 실천하고자 합니다....
내 식구는 내 손으로 지키자 !!!!!
곧 완성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