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서울 시내의 큰 서점에 가서 책을 몇 권 샀습니다. 책값이라는 거, 어째 올라가는 속도가 점점 무서워지네요. 지난 몇년간 모형 사는 데 쓴 돈보다 책 사는 데 쓴 돈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전부터 사려고 벼르던 책인데...하필 오늘이 공교롭게도 나가사키 원폭 투하일이네요.
핵무기의 역할과 국제 질서에 대해 수정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봤다...기보다는 냉전 이후 공개된 자료들 덕분에 학자들 사이에서는 몇년 전부터 정설이 되어가고 있는 얘기들을 정리해서 쓴 책입니다. 태평양 전쟁의 조기 종결은 사실 핵무기 덕분도 아니고, 핵무기가 있으면 전쟁이 안 난다는 것도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여러 자료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의 재확인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라도 여러 사료의 출처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태평양전쟁의 종결이나 20세기 국제정치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추천 드립니다.

두번째는 이 책. 정말로,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이 번역되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군함 한 척을 골라 건조에서 해체까지의 전 역사를 기록한 책이라니! 그것도 러일전쟁 러시아 순양함을. 반가운 생각보다도 '과연 이런 책이 팔릴까?'라는 걱정이 앞서더군요.(출판사도 잘 안 팔릴 걸로 생각했는지 양장본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책값이...)
이런 저런 도면과 사진들이 잔뜩 실려있습니다만, 연합함대 시절의 도면이 실려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간이 되면 모형으로 한 번 만들어보고 싶네요.

이건...원래 구입 예정이 없었다...기보다는 이런 책이 나온 줄도 몰랐습니다. 앞의 두 책을 들고 계산대로 가던 도중에 표지가 눈에 띄어서 몇 장 훑어본 뒤 바로 구입 결정. 예상 외의 대박이었습니다. 정말 이런 행운이 있나.
이란에서 정치범으로 분류되어 추방당한 삽화가 마나 네예스타니의 만평 모음집입니다. 수록된 만평의 대부분이 이란과 시리아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입니다. 이란의 경우에는 그냥 권력 전체를 뭉뚱그려서 표현하는 데 비해(불특정의 경찰, 관료, 군인 등으로) 시리아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바샤르 알 아사드를 지목해서 노골적으로 비난을 가합니다.

이란과 시리아는 반 이스라엘 정책 덕분에 한국에서는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서(특히 아사드는 이상적인 중동 지도자의 표상으로 보는 사람도 제법 있고...) 이 책도 껄끄럽게 느껴지는 사람이 제법 될 듯 싶습니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이 아닌, 그 나라에서 살던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만평은 그 지역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