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미야 재포장판의 박스 아트입니다. 재포장판에만 포함된 인형들도 그려져 있습니다.
1930년대 중반, 이탈리아는 소형경량에 생산성이 좋았지만 대전차 능력이 빈약했던, L3 Tankettes의 뒤를 이을 본격적인 경전차의 개발을 서두릅니다. 이에 1936년부터 3종류의 시작차량을 비교검토한뒤, 1940년에 이르러 리벳접합식 평면 장갑에 선회포탑을 갖춘 L6/40 경전차를 제식화합니다. 전장 3.8m 에 장갑은 최대 30mm, 탑승인원은 2명, 68마력 가솔린 엔진으로 최대속도 42km/h, 무장은 20mm 브레다 기관포와 동축 8mm 기관총을 장비하며, 최대 583량의 양산 계획이 세워집니다. 그러나 생산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바람에, 1941년부터 1942년 생산중지될 때까지 모두 283량 정도가 만들어졌고, 이때는 이미 전차개발 경쟁에서 한참 뒤쳐진 상황이었습니다. 뒤늦게 전선에 나선 L6/40 경전차들은 북아프리카, 러시아 전선 등으로 보내졌으나, 타국 전차들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발칸 반도에도 투입되었으며, 일부는 독일군에게 흡수되어 대 파르티잔용으로 이용되었고, 전후 살아남은 일부는 경찰용으로 사용됩니다.

타미야 재포장판에는 이탈레리 것이 아니라 타미야에서 제작한 설명서가 포함됩니다. 도색 지정색을 타미야 에나멜 번호로 표시했더군요. 오른쪽은 이 키트의 큰 장점인 참고자료집입니다. 내용은 차량 설명과 부품 도해도, 실차 사진 자료, 칼라 도색 가이드인데, 별도 서적이나 인터넷 정보를 뒤져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풍부한 자료가 담겨있습니다.
5,6년전 일본 모형지에 Victoria Model 이란 곳에서 나온 L6/40 경전차 레진 키트의 완성 작례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리벳이 촘촘한 장갑을 두른 그 귀여운 꼬마 전차에 눈독을 들였는데, 결국 이탈레리에서 인젝션 키트로 나오더군요. 다만 수입가격이 만만치 않게 책정되어 고민하던 차에, 타미야에서 같은 제품을 자사 재포장판으로 약간 저렴하게 팔더군요. 게다가 추가 요소도 조금 넣어주길래, 일단 질러버렸던 것입니다 ;; 구입전 해외 리뷰를 보니 '매우 추천한다' 더군요. 그런데 구입후 다시 읽어보니 런너 상태에서 관찰한 리뷰였습니다 ;; 그래서 일단 질러버린거, 총대를 메고 조립까지는 해본뒤 리뷰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탈레리 원판에 비해 타미야 재포장판이 다른 점은 이탈리아 군 인형 2개 추가, 인형에 붙이는 데칼 추가, 설명서가 타미야 것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이외에도 키트에는 전차 1대 분량의 부품, 트랙은 세미커넥팅 방식, 데칼과 에칭, 투명비닐 1장, 그리고 참고 자료집이 들어있습니다. 신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몰드도 두리뭉실하고, 부품 경계면들이 샤프하질 않아서 다듬어야 합니다. 수축이나 눈에 띄는 밀핀 자국은 별로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조립을 하다보니 기대하지 않았던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일단 부품 분할이 좋지 않아서 불필요한 작업을 요구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요즘 신제품들의 접합선 가리기 신공(?)에 비교해보면 상당히 고전적인 제품 설계더군요. 플라스틱 재질도 좀 특이한데, 이탈레리 구판의 그것과 달라졌습니다. 접착제의 반응속도가 좀 느려서 천천히 녹고 흐물거리다가 천천히 마르더군요. 작업 속도를 내기가 힘들었고, 특히 트랙 작업을 할때 접착제의 양이나 접착시간의 타이밍이 미묘하더군요 (타미야 무수지 접착제 기준). 그대신 잘 부러지지 않는 특성도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조립하기가 좀 쉽지않았고, 재미도 없는 편이었습니다. 여러장의 부품을 붙여서 하체나 상체 장갑을 만들고, 이런 덩어리들을 몇개 결합하면 차체가 완성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치수가 썩 잘 맞지 않더군요. 그냥 하체, 상체, 포탑으로 된 방식이었다면 없었을 지도 모르는 문제들이 생겨납니다. 약간의 내부 재현도 열어서 보여줄 만큼은 안되는 정도입니다. 트랙과 스프로켓이 궁합이 썩 좋지 않아서, 스프로켓을 좀 다듬고, 트랙의 가이드 핀도 걸리는 부분은 얇게 깎아줘야 했습니다. 설명서에 나온대로 하면 트랙이 두세조각 길어서 앞쪽에서 빼냈습니다. 그외에는 사진 설명으로 대체하겠습니다.

포함된 에칭과 데칼입니다. 에칭은 좀 두꺼운 편인데, 자르고 다듬는 가공이 어렵진 않습니다. 추가된 데칼 한장은 타미야 재포장판에 포함된 인형과 악세사리 용입니다. 하얀 종이로 보이는 것은 헤드라이트에 붙이는 비닐 스티커 같은 것입니다.

차체 하부와 서스펜션 부품이 있는 런너입니다. 통짜로 된 부분이 없고 모두 분할되어 있습니다. 약간의 내부 재현용 부품도 보입니다. 서스펜션은 동봉 자료집을 보니 통짜로 된 모양이던데, 좌우대칭으로 분할해놔서 일거리를 늘려놓았더군요. 좌우 휀더도 조립하기 쉽게 나눠놓았지만, 그덕에 여기저기 접합선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포탑관련 런너입니다. AB41 장갑차와 거의 비슷한 형태의 포탑인데, 런너도 AB41용을 개수한 티가 납니다. 그때문에 AB41에서 생략된 포탑 리벳들이 똑같은 자리에 생략되어 있습니다. 좌우 9개씩 리벳을 이식해줘야 합니다. 무장 디테일은 다소 두리뭉실합니다.

차체 상부 런너인데, 역시 통짜가 아니라 분할된 장갑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만일 치수가 잘 안맞을 경우 수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차체에 촘촘한 작은 리벳들 때문에, 수정을 위한 칼질이나 사포질 모두 애로사항이 꽃피게 됩니다.

휠과 트랙 런너로 2벌 들어있습니다. 세미커넥틱 방식의 트랙은 일단 밀핀 자국은 없는데, 좀 두껍고 디테일도 별로입니다. 스프로켓과의 결합성도 좋지않아서 미리미리 다듬느라 손이 좀 갑니다.

타미야 재포장판에 추가된 인형들입니다. 타미야에서 자사의 이탈리아 M13/40, M40 전차를 리뉴얼하면서 포함해준 인형과 동일한 인형 런너입니다. 한가지 다른 점은 아래에 탄약박스 같은 상자 악세사리가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조립 완성이 아니고, 일단 가조립 상태로 부품들을 끼워맞춰본 상태입니다. 상체를 미리 접착 완성해두면, 트랙을 도색하기에 곤란하겠더군요. 해치들은 가동식이 아닙니다. 포탑엔 생략된 리벳들을 심어주었고, 전방견인고리는 접착안한 상태입니다.

뒷모습입니다. 적당히 끼워놨더니 틈이 여기저기 벌어져있습니다. 독특한 모양의 서스펜션은 설명서대로 만들면 약간 가동이 됩니다만, 키트에 포함된 트랙을 접착해버리면 의미가 없지요. 별매 가동식 메탈 트랙이 있던데, 이미 키트 가격도 힘겨운데 추가 지출 여부가 부담스럽습니다.

트랜스미션과 드라이브 샤프트, 조종석이 재현되어 있고, 엔진은 없습니다. 차체 중앙의 해치를 열어두면 트랜스미션이 약간 보이게 됩니다.

포탑 내부에도 약간의 재현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해치 안쪽이 좀 뭉개져있는게 수정이 힘든터라, 안을 볼 수 있게 열어두기보단 해치를 닫아버리기로 했습니다.

일단 이정도까지만 조립을 해둡니다. 하체 도색을 한뒤 상부 구조물을 끼워 맞추고 여기저기 수정해줘야 되겠더군요.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부품 분할이 좋지 않아 꽤 큰 수정부분들이 있습니다.

리벳이 박힌 장갑을 두른 모습이 귀엽지만, 만들때 손이 많이 가는 전차입니다. 꿋꿋이 살아남은 녀석이 쿠빙카 박물관 등지에 실차로 남아있습니다.

72스케일 레오파드 2A5 전차와 길이가 같고, 35스케일의 1호 전차보다 작습니다. 그러나 가격은 수입당시 기준으로 찌메리트된 킹타이거보다 비쌉니다.
타스카의 Luchs, 드래곤과 타미야의 신판 2호 등 비싸지만 품질좋은 경전차 키트들이 나온터라,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대를 걸고 구입한 키트였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가격대비 기대치에 못미치는 아쉬운 키트더군요. 조립성이 떨어져서 제대로 만들기가 쉽지 않고, 제품 설계가 깔끔하지 못한 편입니다. 그대신 같이 넣어주는 참고자료집은 큰 도움이 되더군요. 카피가 아니라 자체 리서치를 통해 신제품을 만드는 제작사라면, 그 연구 결과와 참고 사진을 이런 자료집으로 같이 넣어주는게, 새로운 유행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인젝션 유일의 아이템이고, 이탈리아 군의 유니크한 차량에다가, 만든 후 자리를 별로 차지하지 않는 경전차 라는 점도 매력입니다. 그리고 일단 완성하면 모양이 예쁜 점은 이탈레리 전통대로 입니다. 1호 전차보다 작고, 킹타이거보다 비싼 이 꼬마 전차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시고, 키트를 많이 다뤄보신 분에게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