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변에는 제가 모형을 만드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적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제 두 딸부터 엄마의 취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들이 있었다면 정말 최고의 엄마일텐데 불행하게도 딸만 둘이어서 아무리 해도 이해를 시키지 못했습니다.
제가 받는 질문 중에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그 짓을 왜 하느냐?”는 질문입니다. 저는 제 자신에게도 그 질문을 해 봅니다. “나는 이 짓을 왜 하는 것일까?” 저 자신에게도 납득할만 대답을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나는 왜 모형을 만드는 것일까?”
요즘 와서 문득 깨달은 것은 내가 이 짓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짓에 중독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모형중독자입니다. 담배를 끊는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모형을 안 만들면 금단증상이 옵니다. 손이 떨리고, 정신집중이 잘 안되고, 일이 손에 안 잡힙니다.
모형을 끊으면 제 몸은 비상상태의 경보를 울립니다. 도파민에 중독된 뇌는 도파민의 혈중 농도가 아주 낮다고 사이렌을 울려댑니다.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드는 방법이 저한테는 모형이 제일 쉽습니다. 저는 특정한 장르가 없이 뭐든지 만드는 편입니다. 육해공군에 피겨에 자동차에 오토바이에 건물에 기타 등등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만드는데다가 프라모델 뿐만 아니라 원래는 한지공예와 지점초 공예를 했기 때문에 저는 다른 분야에도 몇 가지 공예가이기도 합니다. 프라모델이건 한지건 지점토건 뭐건 만들어서 하나 완성을 시키면 그때 제 뇌에는 도파민이 좌악 흘러나오고 도파민은 엔돌핀을 증가시켜 저는 잠시 극도의 성취감이 주는 쾌감에 젖어 행복해 집니다. 그런데 이게 중독이 되고 나니까 뭘 만들지 않으면 금단증상이 온다는 겁니다.
원래 도파민은 자극을 받으면 뇌에서 분비되는 행복 호로몬인데 이게 동일한 자극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 내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받아야 분비가 됩니다. 모델링 초기에는 간단한 인형 하나만 조립해도 도파민과 엔돌핀이 나왔는데 이게 점점 더 강한 자극 그러니까 더 복잡하고 더 크고 더 비싸고 더 정교하고 더 만드는데 힘이 드는 것을 만들어야 겨우 필요한 양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갈 데까지 가보는 막장작품을 만들게 되는 겁니다. 이제는 엔간한 키트 조립해 가지고는 필요한 자극을 못 느끼는 거지요. 저의 또 다른 취미인 퍼즐도 마찬가집니다. 처음에는 300조각짜리만 맞추어도 성취감에 젖어 행복했는데 이제는 3천 조각짜리, 5천 조각짜리가 아니면 성에 안 찹니다.
이웃집 아지메가 옛날에는 점백짜리 고도리를 치더니 요즘은 점천짜리 판을 찾아다닙니다. 그 아지메도 저하고 종목이 다를 뿐 도파민 중독자이기는 마찬가집니다. 이제는 점백짜리 쳐가지고는 필요한 양의 도파민을 얻지 못하는 거지요. 제 조카는 어려서부터 산을 좋아해서 국내의 산이란 산은 전부 다 오르더니 이제는 히말라야 등반 간다고 목을 걸고 있습니다. 그 아이도 결국 갈구하는 것은 도파민입니다. 인수봉에 오르는 것으로는 충분한 양의 도파민이 안 나오니까 이제는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를 타는 겁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각자가 자기 나름대로 가장 손쉽게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몰두하며 삽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뭔가를 만드는 것에서 그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모형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양의 도파민을 얻는데 모델링은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되어 그래도 위안을 얻습니다. 거기다가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택한 방법 중에는 위험한 것들이 많습니다. 남자들이 술 마시고 외도하는 것도 마찬가진데 건강에도 안 좋고 돈도 엄청 드는 방법입니다.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도파민의 양에서 모델링은 아주 탁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변의 이해와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갈수록 점점 더 난이도 높고 정밀하고 고가의 키트와 공구들을 사야 한다는 압박감이 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자신과 타협합니다.
이 정도로 만족하자. 더 이상 나가지 말자.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