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반격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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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3 21:56:40, 읽음: 2217
na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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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의 장면은 완전히 뻥. 그래도 영화는 추천합니다.

 


원래 도란스4를 보려고 했는데...어찌된 게 본 사람들이 좋은 얘기 하는 게 하나도 안 보이는지라 패스하고 나중에 보려던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을 먼저 봤습니다.


일단 내용누설 없는 잡담.

1. 원 제목이 번역하기에 좀 난감한지라 의역이 심하게 들어갔습니다. 전작인 Rise of the planet of apes를 진화의 시작으로 번역한 것도 많이 무리한 의역이었는데(뭐, 저보고 제대로 번역해보라고 해도 머리 쥐어뜯을 제목이니 그 정도면 노력한 편이지만...), 이번 제목도 좀 그렇네요. 반격이라니, 누가 누구한테 반격하는 건데? 유인원이 인류한테? 아니면 인류가 유인원한테?

뭐, 사실 혹성탈출이라는 제목부터가 좀 에러지요. 혹성이라는 게 일본식 한자어라...(우리나라는 행성이라고 쓰지요.) 원래 영화 제목은 The planet of apes니 '유인원의 행성'정도가 정확한 제목이겠네요.(그런데 임팩트가 팍 떨어지네...)
그러면 '탈출'은 어디에서 튀어나왔나 하면...이 시리즈의 3번째 작품(그러니까 핵폭탄으로 지구 날아가는 거)의 제목이 Escape from the planet of apes, 그러니까 '유인원 행성으로부터의 탈출'이었습니다. 그 3편의 제목에서 일본의 영화 수입업자들이 Escape와 Planet만 떼어다가 혹성탈출이라는 제목을 만들어서 1편에다가 떡 붙인 거지요.
(옛날 영화 제목 오역한 건 일본에서 오역한 걸 그대로 베껴온 경우가 좀 있습니다. 오역계의 전설인 '정오의 대결'이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같은 거...)

2. 옛날에 디스트릭트9을 봤을 때에도 비슷하게 든 생각인데...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를 만든다면 인류가 악당 유인원을 멸종시키고 문명을 재건해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와 입시학원 등등을 만들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내용이 되지 않을지...

 

 


이 아래로는 내용 누설이 있는 잡담입니다. 영화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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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혹성탈출이랑은 내용이 완전히 딴판이 됐지만 그래도 리메이크는 리메이크인지라 중반부터는 대충 내용이 예상외 되더군요. 코바가 시저를 배신했다가 죽을 거라는 거.(그래서 저는 푸른눈이 코바한테 죽을 줄 알았는데 그 부분은 다르더군요.)

 

영화가 중간 정도 가서 양측의 갈등이 슬슬 나타날 때부터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구도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과거의 피억압자와 몰락한 억압자 사이의 갈등이라는 기본 구조에 주요 인물들의 위치를 겹쳐보니...딱 요즘의 한일간 갈등이더군요.

 

영화 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찌질이 넘버 원으로 지목하는, 처음 등장해서 죽을 때까지 지뢰 역할을 너무 잘 수행하는 전직 수도국원(이름도 기억 안 나네.)은 유인원을 무지 증오합니다. 그런데...그 증오하는 이유에 논리고 뭐고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현재 상황이 막장이야. 그런데 저기에 유인원이 있어. 그러니 유인원 탓이야.'이겁니다.
애초에 인류를 멸종시킬 뻔한 바이러스는 인류의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것이고, 유인원들은 그냥 실험동물로 사용됐을 뿐이지요. 거기에다 바이러스의 전파도 유인원이랑은 관계 없이 인류 스스로가 퍼뜨린 겁니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 유인원 탓을 합니다. 전염병 창궐이 유인원 탓이 아니라는 의사의 말에 "그러면 누구를 원망할까?"라며 대드는 걸 보니 드는 생각이 "저 녀석, 딱 재특회일세?"
인류의 잘못으로 인류에게 재앙이 덮쳤는데 이 녀석은 아무 상관도 없는 유인원 탓. 그냥 '인류가 이 모양인데 저놈들은 잘 사는 게 마음에 안 들어.'라는 겁니다. 그야말로 재특회를 비롯한 3류 우익들의 모습.


인류측 지도자인 드레피스는 그녀석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답답한 인물입니다. 나름 인류를 위해 행동한다는 결과가 영 안좋은 방향으로 나타나지요. 만약에 있을 지도 모르는 유인원과의 충돌에 대비한다고 군부대 창고에서 무기들을 잔뜩 모아오는데, 그게 오히려 유인원 강경파를 자극하고, 결국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행동이 만약의 사태를 불러일으키는 도화선이 되고 맙니다.(설명이 필요 없지요?) 그러고는 마지막에 자폭 크리.

 

그 반대편에 있는 유인원측 강경파 코바는 증오를 원동력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입니다. 증오라고 해도 인류측 찌질이(진짜, 이름이 뭐였더라...)처럼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게 아니라 자기가 직접 체험한 고통이 증오의 원천이 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겁 많은 찌질이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코바에게 있어서 인류와의 전쟁은 유인원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입니다. 전쟁을 주장하며 인류가 더 강해지기 전에 지금 바로 공격하면 인간을 다 죽일 수 있다는 코바에게 시저는 "그러면 유인원은 얼마나 죽고?"라며 반대하는데, 코바에게 있어서 유인원이 얼마나 죽는지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증오심과 복수였죠.

착한 인간과 나쁜 인간을 모두 경험한 시저와는 달리 코바는 일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았고, 착한 인간이나 인류와의 공존 같은 건 믿지를 않았습니다. 유인원과의 공존을 원하는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기만이라고 간주했지요. 그러면서 오히려 자기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동포를 기만했습니다. 그러고서 자신의 증오에 동조하지 않는 유인원까지 적으로 간주하고 죽이거나 가두지요.

처음에는 코바 덕분에 유인원이 인간에게 승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그 뒤의 내용을 보면 코바는 유인원들을 몰살의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었지요. 양 진영의 공존파-시저와 말콤이 아니었다면 유인원들은 C4와 인류측 지원군에게 싸그리 몰살당했을 겁니다. 코바는 자기가 유인원을 위해 인류와 싸운다고 착각했지만 사실상 그는 유인원을 행복하게 만들 능력도 없었고, 그 이전에 무엇이 유인원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판단할 이성도 없었습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증오와 복수심, 그리고 그것을 충복시키기 위해 필요한 권력욕 뿐이었지요.
(그나마 코바는 현실 속의 내셔널리스트나 입 애국자들과는 달리 전쟁터에서 선봉에 섰지요.)
"나는 유인원이 인류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얼마나 인간과 똑같은지 깨달았다."는 시저의 대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시저는 호치민과 간디와 저우언라이를 합쳐놓은 것 같은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시저 역시 인류에게 험한 꼴 당한 적이 있어서 인류를 경계하지만 증오하지는 않지요. 가만 있으면 내버려두고, 허튼 짓 하면 조진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합니다. 인간과 함께 산 시간이 길기에 인류의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을 잘 알고있고, 피해망상이나 과대해석 없이 어떤 식으로 인류를 대해야 할지를 알고 있습니다.(간디는 영국, 호치민은 프랑스, 저우언라이는 일본에서 유학했지요.)

극중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은 인류측 주인공인 말콤이지요. 런닝타임 내내 제일 열심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별의 별 노력을 다 하면서 상황을 개선시키려고 하는데, 인류측 찌질이의 도발과 유인원측 강경파의 화끈한 대응 덕분에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하게 됩니다. 가장 최악의 상황만 간신히 피하는 데 그치고 말지요. 인류측에게는 유인원에게 저자세로 나간다며 타박당하고, 코바에게는 유인원을 기만하려는 거짓말장이 취급을 받는 샌드위치 신세.

 

코바가 원한 대로 양측이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다음편이 프리퀄 마지막이라니, 그 후의 본편(...)이 나오려면 유인원이 승리하는 결말이겠지요.

 

옛날 원작과는 같은 부분 찾기가 빠를 정도로 왕창 바뀌었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변화는 시저가 코바를 죽이는 장면의 대사였습니다. 원작에서는 시저의 아들이 살해당했고, 시저가 반란군 두목을 죽일 때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일 수 있다."라며 이전의 구호-'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의 규율이 깨졌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규율은 그냥 놔둔 채 "너는 유인원이 아니다."라며 코바를 죽이지요.(높은 데에서 떨어져 죽는 건 그대로.)

 

 

인류와 유인원에게 동등한 전투력을 부여하기 위해 제작진이 살짝 무리를 한 부분이 보입니다. 유인원들은 사람들이 총쏘는 모습을 훔쳐보면서 총쏘는 법을 배우는데...탄창 갈아끼우고 재장전하는 건 모르거든요.(...) 결국 전투장면에서는 영웅본색 이후로 간만에 무한탄창 신공이 등장합니다. 원래대로라면 유인원들은 탄창 다 쓴 다음에 몰살당했겠지요.(갈아끼우는 법을 안다고 해도...예비탄창 들고 다니는 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인류측이 장갑차 운용을 좀 더 제대로 했으면 형세 역전이었을 텐데, 왜 해치는 열어놔서...

 

 

저는 3D로 봤는데, 2D로 봐도 큰 차이가 없을 만큼 3D효과가 크지 않았습니다. 3D영화는 무조건 3D로 본다는 원칙이라 추가요금이 아깝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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