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취미
게시판 > 수다 떨기
2026-05-25 10:42:55, 읽음: 646
윤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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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사진 찍기를 참 좋아했는데, 지병이 있어서 오랫동안 가까이 하질 못했습니다. 자연히 흥미도 많이 떨어졌지요. 게다가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으니. 병이 나으면 무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마음껏 거리를 다니며 사진을 찍고 싶다고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문답도 벌써 15년이 넘었네요.

다행히 최근에 병이 많이 호전된 것을 느낍니다.

디지털 말고 필름을 다시 써보면 흥미가 돌아올까 싶어 정보를 찾아봤더니 비용이 만만치 않더군요. 문득 집에 있는 엡슨 R-D1S가 떠올랐습니다. 20년 동안 사고팔고 사고팔고 하다가 8년 전에 아내에게 선물받은 3번째 알디원입니다. 600만 화소에 불과하지만, 와인더 감는 손맛이 꽤 괜찮거든요. 적당한 렌즈를 맞춰주지 못해 서비스로 딸려온 인더스타 55mm 스크류렌즈만 물려서 방치하던 차였습니다. 아는 분께 TTArtisan 28/5.6을 추천받아 써보기도 했으나 어두운 렌즈라 고려할 사항이 많더군요.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바디의 레인지파인더가 틀어진 상태라고 진단하네요. 이 렌즈의 특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고 존 포커싱을 추천하는군요. 하긴, 수동 필름 카메라나 로모를 쓰던 때엔 목측이나 노 파인더 샷을 즐겨 하기도 했었지요. 디지털을 쓰면서 오랫동안 잊고 살던 감각이었습니다.

어제 날이 좋아서 오랜만에 종묘 근처 서순라길을 올라가 안국동과 인사동을 아내와 거닐었습니다. 그러면서 조리개를 8에 고정하고 테스트 샷을 날려보니 이전에 파인더 보면서 찍던 것과 완전히 다른 꽤나 쨍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색감도 따로 보정을 하지 않았는데 그냥 마음에 듭니다. 오래전 보정 같은 거 모르고 인화된 사진 받아들고 좋아하던 그 기분이네요.

갑자기 장롱에 있던 보물을 찾은 기분입니다. 600만 화소도 AI 보정 프로그램으로 자연스럽게 확대가 가능하다니, 갑자기 명품백을 선물받은 기분이라고 아내에게 자랑했습니다. (일전에 알디원을 팔면 얼마나 받을까 싶어 찾아보니 가격이 과거 신품가보다 더 나가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로스트 테크놀로지'라나요..ㅋ) 하긴 사진기라는 물건을 어깨에 메면 핸드백 같은 감각도 들고, 나의 소중한 순간들을 담아두는 '가방'이기도 하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도 합니다.

이대로만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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