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그램 킷(금형)과 관련된 비화 7부, 금형제작 공법 변천사 8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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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5 14:10:30, 읽음: 614
노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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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의 금형공장 방문 - 이대영 선배님, 이성정밀과의 인연
2화에서 소개했던 1982~1984년 3년간의 모형항공기 제작의 추억을 남기고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프라모델동호회(걸리버모형회)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85년 2월 영등포 모 백화점에서 열린 '한국프라모델동호회 프라모델 전시회'에서
운명처럼 이대영 선배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새로나 과학에서 늘 보았던 그 전차 모형들의 원 제작자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고)이환진 형님(마포 디오라마), 김영백 형님 외 여러 형님들을 만나게 되었고
신기한 모형의 세계 (당대의 신세계 일본의 자료와 정보)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물안 개구리였던 한국에서 벗어나 시야를 더 크게 넓히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 프라모델, 항공기, 전차 등 일본 서적들을 탐독하며 사고를 넓혀 나아갔고
그저 재미, 취미로 본 것이 아니라 흡수하여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때부터 모은 80~90년대 일본 서적들 1,000여권 이상 지금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85년 4월 뉴타입 창간호. 가장 중요한 애장품 중 하나입니다. ^^
공학과 예술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다가
일본 작가들의 영향으로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뒤늦게 미술 전공을 하면서 시대에 뒤처진 교수들의 커리큘럼에 맞서며
일개 학생이 사실상 학과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에는 실력도 있었지만
이 때 키운 세계를 보는 넓은 시각이 중요하게 작용 했습니다.
91년 2월 졸업 직전 그린 일러스트 몇 점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1987년 10월 군 입대 ~ 1990년 2월 전역할 때까지
군 생활 기간에도 이 때 키운 역량들이 요긴하게 사용 되었습니다.
군 생활 내내 중대장님들, 인사계님들, 고참들 모두 제 덕 많이 보셨습니다.
그 덕에 저도 포상휴가를 많이 나왔구요.^^
서두가 길었던 이유는 두 번째 금형 공장과의 인연을 말씀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1980년 초 문래동 금형공장(거북선 금형 제작) 이후 두 번째 금형공장 방문은
1988년 가을로 생각되는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88올림픽 종료 후 첫 휴가 나옴)
단서는 아카데미 1/48 F-111이 출시된 직후라는 것입니다.
군에서 휴가를 나와서 곧바로 이대영 선배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지금 금형공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문래동으로 와라" 하셔서 달려갔습니다.
그래서 방문한 공장이 당시 문래동에 위치한 이성정밀 이었습니다.
70년대와는 비교가 안되는 현대식 장비들을 갖추고 금형제작을 했습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장비는 방전가공기와 밀링2호기 여러대가 있었는데
중고 장비들이었지만 이 정도면 상당히 현대식 공장이었습니다.
사진은 2010년의 제 금형공장 입니다.
이런 장비(80년대 구형이었지만)들이 당시 이성정밀에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도 프라모델에 CNC가공기 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최첨단의 기술을 앞서 도입하는 타미야도 CNC가공 첫 금형이 윌리스 지프)

이 곳에서 이대영 선배님은 금형 감수와 함께
이태리 ESCI 1/35 T-55 전차 도면을 직접 그리고 계셨습니다.
ESCI 개발진들과 언쟁이 있었다면서 제게 말씀해주신 부분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한국 사람이 무슨 재주로 설계를 한단 말인가 ? 무조건 우리 도면에 따르시오."
그런데 이대영 선배님이 "내가 책임질테니 내가 알아서 새로 그리게 해주시오"
이대영 선배님 고집대로 금형이 제작 되었고 사출물을 받아본 ESCI 본사에서는
"앞으로 모든 것을 미스터 리에게 맡기겠다"고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 훗날 1993년 제가 이성정밀에서 MRC 1/35 UH-1C 를 설계 했을 때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이성정밀과 저 사이에 언쟁이 있었죠.
당시 제가 좀 고집을 부렸습니다. 과거 이대영 선배님 처럼 ^^
제 설계 방식이 너무 어렵고 이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를 믿고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가능한 부분까지는 해보자"고
하신 사장님 덕분에 진행이 되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금형비 때문에 제 원본 설계의 상당 부분이 날아갔지만
이 정도면 현존 프라모델 탑 클라스는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사출이 나왔는데 한 소리 들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설계하는 헬기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 조립도 안된다."
제가 조립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니 모두 말을 잊었습니다.'
MRC로부터 감사패가 왔습니다. '키트 오브 더 이어' 수상 했다면서.
이후 OH-58D 는 제 설계 방식과 의견에 무조건 따랐습니다. -
다시 1988년 이성정밀 현장.
한쪽에서는 ESCI 1/72 Tu-22를 제작하고 있었는데 시사출물을 보니
패널라인이 너무 굵어서 모형 용어로 도랑을 파 놨습니다.
옆에서 이대영 선배님이 담당 기술자분에게 아카데미 1/48 F-111을 보여주며
"패널라인은 이렇게 나와야 한다"며 설명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곳에서 일본 트라이마스터의 금형들도 제작하고 있었는데
트라이마스터의 경우 동체와 날개의 마스터(탄소강으로 제작한 원형)를
일본에서 만들어 오고 후반 작업을 한국에서 제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나중에 드래곤으로 넘어간 그 금형들입니다.
베릴륨동 단조, 정밀 주조 공법이 한국에 전수 되었습니다.
아카데미를 비롯한 금형 기술자들의 일본 연수가 줄을 이었습니다.
방전 가공기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도 80년대부터 입니다.

트라이마스터의 금형 마스터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저도 감탄하며 오래 살펴본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설명을 들었는데
"다가네질로 만들었고 일부는 평면 조각기를 사용했다." 라고 했다는 겁니다.
다가네질 - 모노그램 킷(금형)과 관련된 비화 4부 댓글 참조
이 파트들의 탄소강 마스터를 가지고 왔습니다. (사진은 Fw190D-9)
1984년부터 하세가와 금형을 전담하여 하청 제작을 하시던
다나카 사장님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나카 사장님(훗날의 베고 설립자)은
타미야에 오래 근무하며 금형을 제작하시다가
퇴사 후 하세가와 1/48 F-16 금형을 제작하신 전설적인 장인 이셨습니다.
하세가와의 80년대 1/48, 1/72 이른바 틴 시리즈 (F-14, 15, 16, 18)
현용전투기 신화를 이끈 주역 중 한 분 이셨죠.
다나카 사장님으로부터 받은 명함과 퀴벨바겐. 그 후 30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네요.
원래 타미야에서 전차를 많이 만드셨다고 하셨습니다.
이 중 저는 1/48 F-18을 마스터 장인의 최후의 작품으로 봅니다.
이분들이 트라이마스터를 설립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트라이마스터 시리즈는 다나카 사장님이 아닌 다른 장인의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다나카 사장님은 그 후 이성정밀과의 협업으로
하세가와 프롭기 시리즈 일을 계속 하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드래곤제 트라이마스터 비행기 킷들 입니다
오리지널 트라이마스터 제품은 너무 비싸서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었죠.
트라이마스터의 고품질, 고가 정책 시도는 일본 버블붕괴로 인해 무너졌습니다.
몇 년만 일찍(일본 쇼와 시대 전성기) 나왔다면 성공했을 겁니다.
타미야가 시작한 첨단 -몰드 금형공법이 (1/48 A-10, F-15A  1/32 F-14A)
이런 사정들로 인해 하세가와로 넘어간 것이라 생각됩니다.
타미야가 키운 기술자 분들이 하세가와로 간 것인지, 아니면
협력업체 분들이 타미야 일을 하다가 하세가와 일을 하게 된 것인지
거기까지는 모르겠습니다.
81년 이후 타미야의 비행기 개발이 주춤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행기 금형 전문가들이 우르르 하세가와 쪽으로 옮겨간 느낌인데
결국은 사람이 중요한 것이죠.
프라모델의 품질은 메이커 이름보다 설계와 금형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더 중요한데
대부분 경쟁업체에 정보가 넘어갈까봐 숨기는 편이죠.
초장기 드래곤 설명서에 보면 설계자 등 제작에 기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있습니다.
일본의 유능한 개발자들이 대거 드래곤에 합류한 동기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일본 메이커들은 오픈마인드의 드래곤에 당했습니다.
드래곤도 결국 초심을 잃고 무너졌죠. 대부분의 기업들처럼 이사, 주주의 입김과 
창업자의 의지를 이어받을 후계자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다음 이야기는 90년대 초 제가 취미가 3호의 M-3A1을 만들고 나서
이대영 선배님 권유로 이성정밀에서 일하게 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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