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mpeter 1/350 아카데미/트럼페터 아드미랄 그라프 슈페 비교리뷰 Part 1. 헐과 갑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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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1 19:39:22, 읽음: 4527
윤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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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박스 투샷. 둘 다 박스 크기는 대동소이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카데미 박스가 약간 더 길고 가늘며 두껍고, 트럼페터 키트는 높고 짧으며 얇습니다. 같은 배의 키트임에도 박스 사이즈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건 두 회사의 런너 구성방식이 크게 달라지면서 박스 공간의 사용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 함선모형계를 상당히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 상당히를 넘어서 아주아주 두근거리게 만들려면 1/350 유틀란트/스카게락 해전 참전함들이 집단으로 나와줘야겠죠. 그것도 적어도 하세가와/후지미/아오시마 이상의 품질을 가진 회사들로부터. 트럼페터나 아카데미 모두 아직은 미묘하게 부족합니다. 아카데미의 감각은 가끔 공포스러울 정도로 훌륭합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부실한 마무리 때문에 그 훌륭한 감각이 묻히곤 하고, 트럼페터는... 요즘 들어서 사람을 좀 고통스럽게 하죠. 가격으로. orz - 1/350 아드미랄 그라프 슈페의 출시가 지난 8월 중순과 이달인 9월 초순에 각각 아카데미와 트럼페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두 회사 모두 서로의 품목이 출시되는 것을 조기에 인지, 상호 경쟁 모드로 들어갔단 것으로 판단되며, 초기부터 2차세계대전 발발 70주년이자 본함의 작전행동 개시시점인 9월 출시를 전제로 하고 개발을 진행하다가 트럼페터의 출시일정이 앞당겨졌다는 발표가 나오고 아카데미 역시 발표를 앞당겨서 선출시, 이후 트럼페터가 조기출시를 취소하고 원래 예정 기일에 출시하는 우여곡절을 거친 탓에, 적어도 저 한 사람에 한해서는 MMZ 안에서 이런저런 억측을 반복하면서 MMZ 함선모형 게시판을 유례가 드물게 북적이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본래는 아카데미 것만 리뷰하고 트럼페터 것은 살 생각도 없었습니다만 - 중국제 주제에 너무 비싸잖습니까. 아무리 품질이 좋아졌다고는 해도요. orz - , 아카데미 제품의 제작과정을 게시판에서 이야기하면서 이것저것 비판한 탓에 아카데미에 피해를 약간 입힌 것 같고, 여기에 무상으로 트럼페터 슈페의 제공 의사를 밝혀 주신 유벰투스님의 호의 때문에 두 배의 동시 리뷰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원래는 아카 슈페는 제가 한 척 더 살 생각이었지만 유벰투스님께서 기왕에 구입해 두셨던 슈페 건조를 미루고 이것까지 함께 제공해 주신 덕분에 저는 추가지출 한 푼 없이 배 두 척을 비교 리뷰하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점 이 자리를 빌어서 유벰투스님께 다시 한 번 고개숙여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일단 본 리뷰는 아직 두 제품의 명확한 상태를 직접 비교 확인하기 전에 작성을 시작하며, 살펴 가면서 조금씩 논지가 변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아카데미에 대해서는 조립 과정에서 일종의 선입견이 쌓여 있으며 - 디테일 부족과 이를 완전히 상쇄하고도 남으나 딱 몇 군데 시각적 포인트 때문에 미묘하게 무너질 위기에 놓인 극상의 프로포션,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저가의 조합 - , 트럼페터에 대해서도 강렬한 선입견 - 품질에 비해 과하게 비싼 게 아닐까 의심스러운... 게다가 고증에서 적당적당히 넘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의혹. 90년대 초반만 해도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지만, 요즘의 레드오션 시장에서 그딴 짓을 했다간... -_-;;; - 이 있는 관계로, 이번 리뷰를 통해서 저도 양사의 제품에 대해 뭔가 인식 변화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사실 두 회사 모두 선입견을 가지기엔 부당한 수준의 실적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양호한 회사이므로... 하여튼 지금부터 리뷰를 시작합니다.


먼저 아카데미의 박스 오픈 샷. 기본적으로 아카데미의 그라프 슈페 키트는 런너 8매 - 7매 중 1매는 런너 2개를 합쳐둔 것이므로 실제 런너는 8개입니다. - 와 데칼, 긴 1장을 접은 형식의 설명서, 흑백 색칠 가이드, 플라모델 초보자를 위한 1장짜리 가이드 팸플릿, 튜브형 접착제, 보호자를 위한 노란색 경고문 1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총 부품 개수는 키트에서 밝히고 있지 않은데다 일일이 셀 수도 없는 관계로 확실히 확인이 되질 않습니다. -_-; 본 키트는 유벰투스님이 구입, 만드시려다가 제게 제공하신 것이어서 H런너의 헐 부품이 런너로부터 분리돼 있는데, 이번 건 맞춰보니 예전에 제가 만든 것보다는 헐의 변형이 훨씬 적습니다. 예전 건 센티 단위로 벌어졌었는데, 이번엔 3~4밀리정도 벌어지고 마네요. 역시 생산 중 관리가 잘 안 된 것 같습니다. 수지가 채 굳기도 전에 서둘러 금형에서 빼낸 물건이 많다는 뜻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제가 처음 잡았던 키트의 좀 심각했던 헐 조립성 문제 - 스크루 축과 킬이 심하게 틈이 벌어지고 갑판은 크게 틈이 비는 등. 이거 메우고 교정하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진짜. - 는 정말 뽑기운에 따라서 갈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 아카데미의 각성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아카데미의 런너 설계에서 박스 내부에서의 유동을 고려하지 않은 다양한 크기의 런너 설계가 눈에 띕니다. 다음 차례인 트럼페터 키트의 내부 구조와 확연히 비교가 되지만, 이렇게 균일하지 않은 크기의 런너를 넣을 경우 - 가급적 비슷한 크기끼리 모아두긴 했지만 - , 상당히 큰 박스 내부여유공간 때문에라도 해외운송 및 택배배달 과정에서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면서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카데미 키트는 제품의 손상발생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보입니다. 큰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런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고려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생산 효율 면에서도 런너 크기를 일정하게 만드는 쪽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그만큼 포장비용이 적게 드니 비용절감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에서 간단하게 키트 구성을 소개했으니, 이제부터 양사의 그라프 슈페 키트에 대한 평가를 시작합니다. 먼저 포장상태에 대한 간략한 총평부터 시작해서, 각각의 파트들을 런너 번호가 아닌 각 파트 별로 비교 대조해 가면서 리뷰하겠습니다.


이번엔 트럼페터의 박스 오픈 샷. 기본적으로 트럼페터의 그라프 슈페 키트는 런너 15매 - 이중 1매는 투명부품으로, 수상기 - 와 워터라인 파트가 분할된 헐 부품 2개, 워터라인 바닥판과 갑판 부품 3개, 에칭 3매, 데칼 1매, 호치키스로 찍은 책자 형식 설명서와 컬러 색칠 가이드로 구성돼 있습니다. 런너 개수에서 트럼페터가 아카데미의 2배를 넘는데, 사실 이렇게 런너가 많은 것은 10.5cm 대공포와 15cm 부포 포탑이 각각 런너 2개와 4개씩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구성방식이 아카데미와 같았다면 런너 개수는 4개가 줄어서 - 헐 런너 1, 갑판 및 워터라인 바닥판 런너 1이 될 테니까요. - 런너 11매로 구성되었을 겁니다.


먼저 포장상태 관련해서 갓 박스를 연 상태부터 먼저 공개합니다. 내용물을 보면 우측의 트럼페터가 상당히 가지런하게 정리되는, 이른바 "매직 박스"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는 좀 곤란한 정도고요. 런너 배열이 실제 포장 당시와는 달라서 유동이 좀 더 심하게 돼 있지만, 원래 배열로도 유동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그에 비해 트럼페터 키트는 거의 안전하죠. 더구나 트럼페터 키트의 경우 손상이 가기 쉬운 부분들에는 세 번째 사진에서도 어느 정도 포착은 돼 있지만 발포스티롤을 미리 대 두어서 손상을 최대한 예방하고자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인건비 문제라든가 기타등등 문제를 생각할 때 아카데미에게도 이 정도 세심한 배려를 제공하라는 강요는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워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확실히 싸구려 VS 고급품이라는 인식이 박스를 처음 열어볼 때부터 나기 십상이니까요. 특히 최근 아시아 키트들의 깔끔한 포장에 익숙해진 유저들이라면 더욱 그런 인상을 받기 쉽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 유럽 함선모형 키트 - 그쪽 키트들은 포장이 부실하기로 악명 높지요. 심지어 비닐도 안 씌우는 경우도... -_-; - 내부 상태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쪽도 아마 최소한 헐만큼은 어딘가에 어떻게든 고정해서 내놓는 것으로 압니다. 아카데미도 그 정도 배려는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안 그래도 슈페는 페리와는 달라서 상당한 대물인데 말입니다...


일단 아카데미 헐부터 살펴보자면... 런너의 상태는 이미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저도 몇 번 언급했으니 딱히 이야기는 않겠고, 예전 제 제작품이나 함선게시판에서 헐의 조립성 문제를 호소하셨던 구우님 때의 물건이 "뽑기운 문제"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샷입니다. 구우님 때의 물건보다 틈이 현격히 적게 벌어진 게 보일 겁니다. 제가 전에 만들었던 것보다도 틈이 매우 적은 편이고, 구우님은 아예 함수의 접합핀도 맞지 않았습니다만 - 제 경우엔 접합핀은 잘 맞았지만 끼우다가 함수가 깨졌습니다. -_-;;; - , 이번 것은 함수 접합핀도 매우 잘 맞고 틈도 상대적으로 좁아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고정 가능하다고 보입니다. 물론 시간은 좀 걸리겠습니다만.


순수하게 접합핀만으로 끼워도 저 정도의 밀착도를 보입니다. 좌우분할 함수는 이렇게잘 맞기가 어려운데, 지난 페리 때에 이어서 이번에도 "기본 설계에서는" 전혀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조립성을 확보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아예 접합선이 안 보이는 부분은 손톱으로 긁었는데 아무 느낌도 없더군요. 거스름조차 걸리질 않으니 이렇게 매끄러울 수가 있을까 싶습니다. ... 이 정도 설계를 가진 물건이 그런 천차만별 상태로 사출된다는 게 조금 어이가 없습니다. 생산 타이밍에 쫓겨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유벰투스님이 제공하신 이 키트나 제 키트나 구우님 키트 모두 비슷한 시점에 생산될 물건일 텐데 이렇게 편차가 발생하면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트럼페터 슈페 헐의 구성입니다. 기본적으로는 회색으로 사출된 헐 상부에 붉은색으로 사출된 헐 하부 및 워터라인 파트까지 해서 총 3부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일단 부품이 따로 노는 것을 막기 위해 가운데를 발포스티롤로 묶고, 박스에 이리저리 충돌하거나 적어도 마찰을 피하기는 어려울 함수 및 함미를 발포스티롤로 정성스럽게 덮어놓은 것이 보일 겁니다. 배려가 참 괜찮더군요. 런너째로 넣었다면 저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대신 박스가 커졌겠죠. 헐 부품은 헐 상하와 워터라인판이 각각 봉지에 나뉘어 들어 있으며, 각 봉지는 손으로 변형 없이 쉽게 뜯을 수 있도록 처리돼 있습니다. 아카데미 봉지가 손으로 뜯기 거북하고 봉지 형체가 쉬이 망가질 수 있는 것과 차이가 있는데, 별로 중요한 건 아닐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박스를 뜯어 가면서 리뷰를 해야 할 때는 이쪽이 훨 낫더군요. 새삼 종이 각대와 호치키스로 봉인하던 옛날 키트가 그리워집니다. (...)


문제의 트럼페터 함수. 예전과 마찬가지로 형태가 틀려 있습니다. -_- 게다가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키트를 직접 보면 함수 부분이 전체적으로 함수 쪽으로 가면 갈수록 현측 및 갑판에 경사가 가는 것이 보입니다. ... 꼭 아틀란틱 바우처럼요. 저는 지금 트럼페터 슈페가 실은 슈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이 부분에서 하고 있습니다. 즉, 원래 트럼페터 슈페가 노린 포켓전함 라인업은 1940년 대개장 이후의 뤼초프와 셰어가 아닐까 하는 거죠. 함수 형태는 아틀란틱 바우와 실제 함수의 중간쯤 되는 어중간한 형탭니다. 이게 만약 상당한 개수가 이루어진 40년 이후형 포켓전함을 위해 만들어 둔 하부 헐 때문에 상부 헐까지 변형이 가해진 거라면, 결국 이 키트는 "슈페가 아닌 가공의 함정"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_-;;;


그런 의혹이 이 부분에서 있는데... 실제보다 좀 심하게 과장된 현측 벨트에서도 오목한 부분의 몰드가 좀 이상합니다. 벌지 비슷하게 몰드가 좀 더 부각된 부분이 있는 겁니다. 아마 40년 개장형 헐에 이런 부분이 있지 않던가 싶은데, 그나마 형태가 좀 미묘한 곡선이라 긴가민가 싶습니다.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저 부분은 키트를 직접 본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몰드가 불균일하게 파여서 형태가 이상하게 잡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올라오다 말다 했거든요. -_-;


하여튼 이제 헐 몰드로 돌아와서... 트럼페터 슈페 헐은 아카데미 슈페 헐보다 훨씬 매끈한 표면과, 너무 샤프한 나머지 흐릿해 보이는 현창 빗물받이 몰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1/350 스케일쯤 되면 약간 더 몰드가 과장되는 편이 더 시각적으로 보기 좋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약간 미묘해 보이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표면이 매우 매끄럽다는 점은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제기됐던 트럼페터 키트의 현창 몰드가 꽝이다라는 부분은 일단 헛소리임이 여기에서 대충 입증된 셈입니다. 현창은 아카데미만큼 잘 팠습니다. 크기 및 현창의 간격 등 정확도는 아카데미보다 좋고요. 다만 볼륨감이 부족해 보일 정도로 샤프한 거고, 아카데미는 적당히 과장함으로서 "보기 좋은" 수준을 달성해낸 겁니다. 물론 아카데미가 실제로 적당한 과정을 처음부터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금형기술상 문제 - 샤프한 금형을 파려고 하면 할수록 비용과 수공이 많이 들고, 장비가 필요합니다. - 인지 여부는 불분명합니다. 사실 아카데미의 최근 키트, 특히 함선은 샤프하게 파야 하는 부분도 조금 두루뭉실하게 파는 경향이 보이는 게, 아무래도 샤프하게 금형을 파고 물건을 사출하기에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도 있어서 더 그렇습니다. ... 그리고 현측 벨트는 무척 두껍게 묘사돼 있습니다. 아카데미 쪽이 보기는 더 좋고, 실제로도 아카데미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페터의 하부 헐 부품입니다. 척 보기에도 굉장히 투명해 보이는, 즉 아주 잘 깨질 것 같은 플라스틱입니다. 그런 플라스틱인 만큼 상대적으로 샤프하게 뽑아내기 더 좋았겠죠. 하부에 몰드돼 있는 킬도 그렇고 저 "파팅라인까지도 샤프하다"고 보인다면 좀 심한 농담일까요. (웃음) 사실은 저 파팅라인을 보면 아실 수 있겠지만, 트럼페터 슈페의 하부 헐은 최소한 4~5개의 슬라이드 금형을 조합해서 파낸 굉장히 돈 많이 들어간 물건입니다. 덕분에 킬까지 일체화해서 뽑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훌륭한 곡선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슈페의 헐 곡선이 워낙 오묘한 나머지, 워터라인 하부는 저렇게 내부에조차 슬라이드 금형을 쓰지 않으면 언더컷이 끔찍하게 발생해 버립니다. 이 부분에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설계를 살리기 위해 저렇게까지 금형을 팠다는 점에서 트럼페터는 확실히 비쌀 만한 물건을 뽑아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은 좌우 두 조각만으로 그냥 분할해버린 아카데미가 구두쇠 소리 들어야 할지도요. 하지만 함선모형은 좌우분할로 형태를 뽑는 게 누가 뭐래도 더 볼륨감까지 좋기 때문에, 아카데미가 돈 아끼려고 물건 망쳤다는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소비자들에게 손이 좀 많이 가는 - 덤으로 물리력도 좀 필요한 - 부품을 선사했을 뿐이죠. 전 여기에선 아카데미를 칭찬해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정말 제대로 된 분할방식 선택이었습니다.


트럼페터 슈페의 상하를 대강 결합한 것과, 이미 서페이서까지 대강 입힌 아카 슈페 함체를 앞에서 보았을 때의 모습입니다. 난간이 개판난 건 이해해 주세요. 저게 바로 그 문제의 "할머니가 떨어뜨리시고 손으로 잡아서 후두둑난 난간"을 복원한 결과물이니까요. orz 하여튼 양쪽 모두 포켓전함의 예술적인 곡선을 잘 살려낸 편이지만, 아카데미 쪽이 더 깔끔해 보인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정확하게 곡선을 살렸느냐 여부는 배의 프레임을 일일이 가로로 썰어 가면서 실제 헐 곡면도와 대조해 보지 않으면 확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트럼페터의 함수가 조금 더 높은 것도 흐릿하게나마 파악 가능합니다. 아틀란틱 바우와 보강된 현측이 트럼페터 키트의 기본 베이스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대충 보이는데... 이건 이쪽을 더 잘 알고 감각 역시 좋은 배군님 같은 분이 파악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이런 곡선에서 생각보다 심하게 약하거든요.


그리고 문제의 함미 닻 몰드. ... 아직도 거꾸로 파여 있습니다. 이놈들 고객들 돈을 날로 먹으려고 드는군요. ( '_') 물론 농담이고, 트럼페터는 충분히 이 헐 설계와 제작에 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사실 현재의 헐 형태 자체가 영 틀려 있는 지금 상태에서는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은 부분이지만... 이 부분은 아카데미가 개구리눈을 생략한 것 이상의 어처구니없는 착오기 때문에 한 번 좀 까줘야겠습니다. 그래서 고객들 돈을 날로 먹으려고 든다는 말을 써 본 거죠. (...) 그러나, 이 헐에도 장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좌현측의 현창 몰드는 트럼페터 쪽이 더 정확합니다. 아카데미는 함수와 함미에서 각각 현창이 몇 개 생략돼 있더군요. 실제로는 숫자 자체가 다를 수도 있는데 - 아카데미 현창 크기가 확실히 크기 때문에... - , 어쨌든 형태를 제대로 맞추려면 아카데미는 좌측 함수에서 하단에 하나, 함미에 하나 더 추가했어야 했습니다. (알려주신 사각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카데미 키트가 틀렸다고 추정되는 스크루 부분의 트럼페터와의 비교샷입니다. 스크루 크기에서 확실히 트럼페터가 아주 약간 크고 날개의 피치가 잘 잡힌 것이 보입니다. 옆의 스크루축 역시 아카데미보다는 트럼페터의 형태가 더 좋아 보이고요. 여기는 아카데미가 졌다고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의 갑판 전방부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앵커 체인이나 양묘기 부분의 디테일이 상당히 볼륨감 있습니다. 목갑판 묘사도 또렷하고요. 다만 저 함수부의 미끄럼방지 몰드 부분이 옥의 티를 넘어서 엄청나게 짜증나는 레벨이라는 게 문제죠. 여기에 바베트 앞부분의 구조물 - 용도는 잘 모르겠습니다. - 이 모양만 잡혀 있고 디테일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아쉬운 편입니다. 그리고 페어리더가 생략돼 있다는 것도 아쉽죠.


이것은 트럼페터 키트의 같은 부분. ... 뭡니까? 저 앵커체인은. 하지만 아카데미에 완전히 지는 것은 아닙니다. 목갑판이 좀 몰드가 흐릿하긴 하지만 아카데미보다 조금 더 세밀하게 파 둔 편이고, 실제 치수는 사실 이쪽이 맞습니다. 여기에 1번 포탑 바베트 앞의 구조물 형태는 아카데미와는 달리 "완벽"합니다. 형태도, 디테일도. 다만 바베트가 아카데미 것보다 상당히 높게 잡혀 있는 것이 보이는데, 어느 쪽이 정확한지는 다음 사진을 보아 둡시다.


실함의 1939년 사진. 사진으로 보면 아카데미 바베트는 조금 낮게 잡힌 편인 것 같고, 여기에 목갑판까지 얹으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지리라 보입니다. 다만 포탑 바닥판의 결합 때문에, 실제로 포탑까지 얹고 보면 아카데미도 그리 낮아 보이지는 않게 됩니다. 트럼페터의 경우에는 글쎄요... 잘못하면 좀 높아 보일지도요. 하여튼 아카데미에서 파다 만 구조물 부분의 트럼페터 키트에 묘사된 높이는 바베트와 맞춘 결과로 나온 높이 같습니다.


접사 때 카메라가 좀 심하게 흔들렸지만... 아카 키트의 바베트 뒤쪽.


같은 부분의 트럼페터 키트. 이건 용케 안 흔들렸네요... 어쨌든 이쪽의 디테일은 두 키트가 꽤 상이합니다. 트럼페터에 있는 몰드가 아카에는 없고, 아카에는 있는 몰드가 트럼페터에는 없는 게 있습니다. 페어리더의 묘사 여부로 볼 때 수평면의 몰드 유무는 아카보다는 트럼페터가 맞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만, 저 바베트의 돌기 - 아마도 환기구 같은데 - 는 아카가 맞는다고 여겨집니다. 어느 쪽이든 해당 부분의 사진을 볼 길이 없으니 제대로 찾아지질 않는군요.


트럼페터 키트의 함수부 사진입니다. 바베트 근처의 디테일이 트럼페터가 훨씬 또렷한데 반해 함수부는 아카가 훨씬 또렷합니다. 서로 묘사하고 있는 디테일은 거의 같지만요. -_-; 그러나 아카는 플러스 몰드를 마이너스로 파 두었다는 치명적 결점 때문에 그 장점이 깨끗이 묻혀 버립니다. 그 외에도 사실 형태로 가면 아카보다는 트럼페터의 약간 더 흐릿한 몰드 쪽이 더 실물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트럼페터가 몰드를 조금만 더 또렷하게 팠더라면 갑판 위는 아카에게 이겼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지요... -_-;


양 슈페의 갑판 후미 비교. 둘 다 대놓고 보면 사이즈는 완전히 같고, 다만 뒤쪽 좀 좁은 부분의 곡선이 약간 다릅니다. 도면상으로는 아카 것보다는 트럼페터 것이 더 맞는 것 같지만 확실하진 않고... 서로 상부 디테일이 다릅니다. 다만 바베트 쪽은 확실히 아카데미가 맞습니다. -_- ... 대신 아카데미는 후방갑판에 치명적인 결점이 있는 게, 키트에서 자그마치 양묘기 비슷한 몰드를 전방 부포 2기와 후방 부포 2기 사이 공간에 2개씩 총 4개 박아넣고 있는데, 그 위치 - 정확하게는 약간 함미쪽으로 더 치우쳐서 - 에 실함은 포경보트 다빗이 설치됩니다. -_-;;; 트럼페터는 그게 제대로 묘사돼 있고, 아카데미는 영 엉뚱한 실수를 해 놓은 겁니다. 아카데미의 경우 그 부분을 밀어내고 보트 다빗으로 뻥을 치는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목갑판 위로 티가 나기 십상이라 여러가지로 속상합니다. 트럼페터는 그런 걱정은 없죠. -_-


함미갑판. 양묘기까지 앵커체인이 연결돼 있는 아카데미 키트와, 체인이 중간에서 함내로 사라지는 트럼페터 키트의 차이가 보일 겁니다. 실함은... 1939년 기준으로 둘 다 틀렸습니다. 1939년의 슈페는 "아예 함미 앵커가 없거든요" -_- 아래에 바로 인증사진 올리겠습니다.


1939년 4월 사진입니다. 아예 앵커체인이 없죠? (...)


1939년 11월 20일 인도양에서 폭풍우를 헤치고 있을 때 찍은 사진. 역시 앵커체인 없습니다. -_-a 한 마디로 두 회사 다 뻘짓했습니다. 흐흐흐흐흐. orz 해결책은 목갑판으로 덮고 체인을 적용하지 않는 것. 이 경우 함미 닻 수납부의 몰드는 아카 쪽이 더 정확하기 때문에 아카가 비교적 유리합니다. 다만 이쪽도 좀 상당한 조각 실력이 필요합니다. 안으로 파야 하거든요. -_-;;; 하여튼 여기까지로 갑판 리뷰는 끝.

하여튼 여기까지로 헐과 갑판의 리뷰는 대강 끝났습니다. 여기까지에서 총평을 하자면... 헐에 있어서, 트럼페터는 더 정확한 크기와 배열의 현창 몰드를 가지고 있고, 더 정확한 스크루 파트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카데미에 비해 볼륨이 약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과장됐거나, 또는 "아예 슈페가 아닐지도 모르는" 실루엣을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치명적인 수준의 오류도 하나 있고요. 그에 비해 아카데미는 슈페의 실루엣을 지극히 잘 살렸으나, 현창 몰드가 과장 및 잘못 배열된 경향이 눈에 띕니다. -_- 리서치 수준을 따지자면 트럼페터와 아카데미 모두 적당히 한 것 같지만, 그것의 구현에 있어서 양쪽 다 어느 정도 결점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아카데미가 일단 프로포션은 더 낫다는 쪽으로 크게 기운달까요. 특히 함수 라인은 더 그렇습니다. 어쩐지 트럼페터 함수 라인은 진짜 아틀란틱 바우 같다는 느낌이 강해서 말이죠... 갑판은 둘 다 심각한 실수를 가지고 있고, 그 외의 측면은 헐과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페터가 더 정확한 크기와 배열의 몰드를 가지고 있지만 아카데미가 잡아낸 것을 놓치거나 무시한 부분들이 적지 않고, 아카데미는 조금 더 또렷한 몰드를 가지고 트럼페터보다 있어 보이는 갑판을 만들었지만 실제 정확도는 트럼페터에 밀리는 면이 적지 않습니다. 굳이 손을 들어주자면 있어보인다는 점에서 아카데미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양쪽 다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겼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단 트럼페터의 헐 형태가 실제로 아틀란틱 바우를 전제로 해서 설계된 "잘못된" 형태라면 트럼페터는 헐과 갑판에서 전체적으로 아카데미에게 "참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됩니다. 왜냐하면 "슈페가 아닌 걸 슈페인 척한 꼴"이 되니까 말이죠. -_-; 일단 아틀란틱 바우를 전제로 설계됐다고 보기엔 모든 런너 및 부품에 SPEE라고 박혀 있는 것으로 봐서 아닌 것 같지만, 어느 쪽이든 미묘하게 슈페답지 않은 실루엣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카데미가 헐에서는 확실히, 적어도 아슬아슬하게는 이겼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트럼페터도 열심히 한 것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사진에서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갑판의 경우 목갑판 부분과 금속 부분의 질감이 다르게 처리돼 있는데 - 목갑판은 조금 거칠고, 금속이 노출된 부분은 맨들맨들합니다. - , 아카데미는 어디든 다 자갈밭(...)이죠. -_-; 세부 재현에서의 노력도 트럼페터는 꽤 열심히, 우직하게, 정확한 사이즈와 배열을 살려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가 디테일이 눈에 제대로 띄지도 않게 돼서 볼륨감이 죽어버리는 결과를 불렀다는 게 아쉽지만, 뭐 어떻습니까?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노력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호평을 받아도 됩니다. 이제 Part 2. 수퍼스트럭처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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