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모델 비화 13부, 80년대 프라모델 보따리상들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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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3 21:44:32, 읽음: 484
노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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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서 계속
1980년 타미야 사장님은 '한국 파트너(대성사 사장님)가 
군사정권 하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고 있고 생사여부도 몰라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구속 6개월 정도 경과 후 타미야 본사 앞에 나타났다' 라고 자서전에 기록했습니다.
어떻게 석방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고 사전 연락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새로운 수입 루트를 찾았다. 주일미군 PX를 통해 주한미군 PX로 제품을 보내겠다.
소비자 가격은 약간 오르겠지만 그래도 수요는 충분하다." 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대성사 사장님의 놀라운 아이디어에 내심 놀란 타미야 사장님은
'대담한 아이디어'라고 자서전에 썼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한국전쟁 때 생사를 넘나들며 북한군, 중공군과 전쟁을 치른 사람과 실전 전쟁을 겪지 못한 평범한 사람의 멘탈 차이라고 봅니다.)
1981년 4월 12일 발사성공 기념  타미야 1/100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기념판 
당시 새로나과학에서 구입 1,800엔 (보따리상 통해 입수된 것으로 추정)
그런데 1980년 9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갑작스럽게 
SF 애니메이션도 탄압 받았다는 사실을 당시 청소년이었던 분들은 다 아실텐데요.
(YWCA 여성단체가 주도했다고 알려졌었습니다.)
독수리 5형제, 그렌다이저, 하록선장, 우주전함 야마토(날으는 전함 V호) 등
SF 애니메이션이 '폭력과 허무맹랑한 공상을 부추긴다'는 명분으로 TV방영이 중단되고
마법소녀물(요술공주 밍키 등) 등으로 대체가 되었는데 매우 분개해 했습니다. 
'도대체 어느 쪽이 허무맹랑하냐?
SF 애니메이션이 언젠가 실현될 수도 있음을 믿지 못하는 무식한 'ㅇㅇㅇ'들의 독선'
제가 주 전공이 애니메이션(작화)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 80~90년대
애니메이션 관련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와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며
이 내용에 대해서 별도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 후 타미야 제품은 주한미군 PX를 통해 수입되었고 보따리상들도 한몫 했습니다.
프라모델 유통업체 밀집 지역인 일본 오사카의 도매상가에서는
이러한 한국 여행객들이나 보따리상들에게
특별 추가할인을 해주며 고객 유치전을 벌였고
이것이 '제법 짭짤한 부수입 거리'라는 것을 알게 된 한국인들은
자발적으로 프라모델 보따리상이 되어갔습니다.

일본 여행객들이나 유학생들도 입국시 세관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프라모델을 가지고 들어와 모형판매업체, 남대문 시장 등에 넘겼습니다.
80년대 새로나과학 등에서 팔던 일제 프라모델들은 대부분
미군 PX 유출, 일본 여행객들, 보따리상들이 소량씩 들여온 것들이었습니다.

일부 보따리상들은 한번에 가능한 더 많은 물량을 가져오기 위해
프라모델의 내용물만 빼서 여행 캐리어에 부품만 채워서 가지고 왔습니다.
조립설명서는 한장씩만 가지고 와서 복사해서 넣어주는 방법도 사용했는데
세관에서 제품 수량을 속이기 위함이었습니다.
박스는 박스아트가 있는 윗부분만 펼쳐서 한번에 묶어서 가져온 다음
아래부분은 국내에서 마분지를 잘라서 다시 만들어내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1985년 새로나과학에 타미야 신제품 M3 브래들리가
(보따리상을 통해) 들어왔다는 소식에 구입하러 가서
조립설명서를 원본으로 달라고 제안을 했더니
사장님이 내심 놀라면서(아니 어떻게 알았지?) 그러라고 하시더군요.
(어떻게 알긴요 수법에 대해서 이미 다 들었지요. ㅋㅋ)
원본 조립설명서 한부를 손에 넣기 위해 복사집에 가서
설명서 사본 5부를 만들어서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렇게 눈물겹게 입수한 킷이 바로 1991년
제가 취미가 3호의 M3A1 제작에 사용한 타미야 M3 브래들리 입니다.
구입 당시 박스 원본 (M3는 현재 타미야 제품리스트에서 빠져있습니다.)
이 킷으로  1991년 개조 제작한 M3A1 (비화 8부에 자세한 제작기사를 소개)

1985년 여름 걸리버모형회 형님들과
홍대 앞 '기흥성 모형공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기흥성 사장님의 개인 소장 프라모델들을 만드는 알바였습니다.
이 때 알바를 주선하신 최ㅇㅇ 형님이 바로 그 보따리상 이셨거든요. ^^
당시 건축모형으로 유명했던 기흥성 사장님은 1/72 항공모함을 만들기 위해
일본에 갈때마다 1/72 함재기들 위주로 프라모델들을 사왔다고 하셨는데
당시 기흥성 사장님의 말씀으로는 "전에 오사카 프라모델 도매상가에 갔었을때
어떤 사람이 봉변을 당하고 있길래 만류하며 사정을 물었더니 도매업체 사람들이
'이놈이 아카데미에 물건 대준 놈' 이라면서 집단으로 혼을 내주고 있었다"는 겁니다.
한국 보따리상들 통해서 일본 도매상들에게 아카데미의 카피제품 소문이 퍼졌을 것이고
아카데미가 너무 좋은 품질로 카피를 해대니 매출이 엄청나게 많이 줄었겠죠.
그때 알게 되었는데 봉변당한 그 사람이 바로 일본에서 신제품이 출시되면
즉시 5개씩 구매하여 아카데미로 보낸 사람이라는 것이죠.
아카데미는 이 중 카피할 만한 상품을 고르고 일부 물건들은 본사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코스모스 백화점 직영점에서 판매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궁금한 부분은 코스모스백화점 4층 아카데미 직영점과
5층(?)의 타미야 제품 판매점이 서로 다른 업체였냐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려서 착각을 한 것인지, 여기저기서 들은 말이 서로 달라서 모르겠습니다.
(5층으로 기억하는 타미야 판매점이 사실은 4층 아카데미 직영점 이었는지)
어린시절 기억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들이 계시면 알려주세요.
70년대까지 타미야 제품은 정식 수입되었으므로
5층은 타미야 직영점이란 얘긴데 이 부분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 지난 9화에서 소개했던 타미야 1/48 F-16을 구입했었지요.)
80년 신군부 정권이 들어서고 타미야 제품의 정식수입이 막히자 미군부대를 통해
흘러나온 제품들 중 미국 MRC 포장의 타미야 제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어보니 MRC는 '타미야의 미국 총판'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박스포장이 달랐습니다. 레벨, 모노그램 같은 미국 프라모델과 유사하게
박스가 얇은 저품질 종이 재질에  인쇄품질도 떨어지고 비닐랩으로 포장되었는데
미국판 제품은 박스부터 마음에 안들고 '역시 일본이 최고'라는 인식은 더 깊어갔습니다.
그러다 1989년 5월 타미야 아메리카가 설립되고 MRC는 타미야 총판권을 잃었습니다.
1995년 1/35 CH-47D + ACH-47A 치누크 2모델 프로젝트를 제가 맡게 되면서
MRC 부사장님이 한국에 처음으로 방문하셨는데
저를 처음 만나고 첫마디는 "그 유명한 미스터 노" 였습니다.
한국 지사장님과 저와 셋이서 금형공장을 함께 방문하면서
저한테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었는데
"미스터 노 덕분에 MRC가 타미야에 본때를 보여줄 수 있었다. 감사하다."
"UH-1C 를 북미, 유럽에 대단히 많이 판매했고 돈을 많이 벌었다."
"OH-58D 로 이제는 타미야가 하나도 안부럽다.
타미야를 북미지역에서 우리가 키워줬는데 배신했다.
그래서 우리가 프라모델 제조에 뛰어들었다." 라고 했습니다.
(1992년 1/35 Bell 47D의 전체목업제작, 1993년 UH-1C,
1994년 OH-58D의 전체목업제작, 설계, 금형감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등
MRC 프라모델 개발에 대한 일화는 다음에 자세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국내에 타미야 프라모델이 정식으로 수입되던 70년대부터 80년의 금지조치, 이로 인해 벼락 기회를 맞은 아카데미 카피판의 10년 황금기에 대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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